IFRS, “한국 대기업엔 어렵지만 세계적 추세”

머니투데이 토론토(캐나다)=김동하 기자 2010.06.0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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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GN, ‘IFRS 단일적용’,’다양성 존중’ 놓고 팽팽히 맞서

2010년 6월 7일(현지시각) 막을 올린 제 15회 ICGN 총회에서는 전세계 기업들의 IFRS의 의무도입을 놓고 토론자들간의 격론이 벌어졌다. 개별 국가간 회계기준의 다양성을 인정해야한다는 의견과 IFRS가 유일한 전세계적 회계원칙이 되야 한다는 의견이 충돌했다. 다만 한국기업들의 경우 IFRS의 활용에 있어서 어려움이 클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총회 첫날 오후 열린 ‘IFRS-회계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이었는가’(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 - Was Accounting a Root Cause of the Global Financial Crisis?)에 대한 세미나에서 시람 선더(Syram Sunder) 예일대 경영학부 교수는 IFRS의 전세계 독점(Monopoly)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며 개별 국가간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회계학회장을 역임했던 시람 교수는 경제상황과 환경이 다른 전세계 국가들에게 ‘유니폼(Uniform)’을 입히는 것과 같다고 비유하며 일반적인 원칙을 집대성한 미국 회계원칙 US GAAP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폴 체리(Paul Cherry) 캐나다표준자문위원회(Standard Advisory Counsil)회장은 “IFRS를 통해 전세계 회계제도가 하나가 돼도 독점의 우려는 없다”며 “문제가 있는 부문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검증을 받으면서 진화해갈 것”이라고 반박했다.



실제 미국도 IFRS의 도입을 선언하며 US GAAP과의 통합(Conversion)을 추진하고 있지만, 미국 US GAAP과 IFRS의 우월성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총회에 참석한 한인구 KAIST 금융대학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US GAAP은 ‘바텀업’방식으로 여러 검증사례들을 망라한 일종의 ‘불문률’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IFRS는 ‘탑다운’방식으로 원칙을 정한 ‘성문법’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날 세미나 중 열린 즉석투표에서도 참여한 수백명의 참여자들이 개별 국가간 회계 다양성을 인정해야한다는 의견과 IFRS로 단일화해야한다는 의견이 50%대 50%정도로 팽팽히 맞서 눈길을 끌었다.


한국 기업들의 IFRS적용에 있어서도 우려와 기대가 엇갈렸다.
일부 참석자들은 연결재무제표를 의무화한 미국의 경우 IFRS적용에 큰 문제가 없겠지만, 지배구조가 취약한 한국일부 기업의 경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장하성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장은 “IFRS의 핵심 중 하나가 ‘통합’(Consolidation)”이라며 “삼성과 같은 대기업의 경우 복잡한 순환출자구조를 취하고 있어 사실상 IFRS의 취지를 살리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IFRS가 글로벌 기업의 통합과 투명성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복잡한 출자와 지분관계로 인해 실질적인 통합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윤배 서울인베스트 대표도 “한국 기업들은 IFRS취지를 살리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지분관계와 역학관계를 가진 경우가 많다”며 “미국의 라자드자산운용 등 기관투자자들도 이 같은 우려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반면 한인구 KAIST 금융대학원장은 “전세계적으로 IFRS라는 단일 회계원칙(Uniform)을 적용하는 것은 자본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현재 K-GAAP를 활용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은 미국시장에 상장하기 위해서는 US-GAAP을, 유럽과 홍콩 등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IFRS을 적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고 있다.

한 원장은 “많은 한국기업들이 IFRS를 통해 전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사용자들간의 혼란은 있을 수 있지만 길지 않을 것이며, 보완과 검증을 통해 개선돼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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