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3.36% '가장 싼' 보금자리론, 은행 왜 안 팔지?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10.06.08 17:53
글자크기

"고객 빼앗길라" 외면... 취급 은행은 '기업은행'뿐

주택금융공사가 이달 말쯤 출시할 주택담보대출 신상품을 은행권이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공사가 취급한 상품을 은행들이 별 탈 없이 위탁 판매해 온 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8일 금융계에 따르면 주택금융공사가 이달 23일쯤 내놓는 'u-보금자리론'을 취급하는 금융회사는 기업은행과 삼성생명 뿐 이다. 시중은행들이 이번 신상품 취급을 사실상 거부한 탓이다.



'u-보금자리론'은 공사가 직접 채권관리를 통해 대출 원가를 낮춘 신상품. 금리는 공사가 현재 취급하고 있는 저금리 상품(금리설계 보금자리론)보다 0.2%포인트가 낮은 연 3.36%(변동금리 기준)다. 국내에서 취급하는 주택담보대출 상품 중에서 금리가 가장 낮다.

금융계 관계자는 "이번에 새롭게 나오는 상품은 시중은행에서 취급하는 주택담보 대출 상품보다 금리가 훨씬 낮다"며 "은행들이 풍부한 유동성을 주택담보 대출 상품 판매로 활용하고 있는 탓에 이번 신상품 취급을 거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코픽스(신규취급) 기준으로 3%대 후반까지 떨어졌지만 일부 은행 얘기다. 여전히 4∼5%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은행들은 이런 상품을 위탁 판매하면 고객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반 은행에서 저렇게 금리를 낮추면 역마진이 생긴다"며 "주택금융공사 상품은 시중은행보다 금리 경쟁력이 있어 섣불리 취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의 이 같은 태도는 저금리 기조가 나타나면서 엿보였다. 업계에선 "은행들이 최근 매우 소극적으로 '금리설계 보금자리론'을 판매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상품은 현재 KB국민 신한 우리 하나은행 등 총 13개 금융회사에서 팔고 있다. 은행들은 창구에서 이 상품을 팔고 수수료만 받는다. 이후 공사에 3개월 이내에 양도한다. 정보를 알고 찾아오는 고객에게만 응대하고 있다는 것.

공사 관계자는 "서울의 일부 지역에선 공사가 취급하는 상품과 관련해 제대로 된 홍보를 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공사 상품의 정보가 입주 예정자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은행들이 차단하고 수익을 챙기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u-보금자리론'을 유일하게 취급하는 기업은행은 개인금융 영업 강화 방침에 따라 이 상품을 적극 취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업은행은 이 상품을 직접 가입하기 위해 찾아오는 고객들을 상대로 부수적인 영업을 펼칠 수 있어 고객 수 늘리는 데 좋은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