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만원 싼 '벤츠' 사세요…병행수입차 활동 재개

머니투데이 김보형 기자 2010.06.0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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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환율 하락세 이어지자 병행수입차 적극 활동 나서

↑메르세데스-벤츠가 작년 8월 출시한 뉴 E클래스 ⓒ이명근 기자↑메르세데스-벤츠가 작년 8월 출시한 뉴 E클래스 ⓒ이명근 기자


"9590만원짜리 벤츠 'E350'을 8900만원에 팝니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병행수입차 전시장은 요즘 차량 구매를 상담하는 고객들의 방문이 많아지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최고급모델인 'E350'의 가격은 8900만원. 벤츠코리아의 판매가인 9590만원보다 700여 만원 가까이 저렴하다.

여기에 벤츠의 고성능 브랜드인 'AMG' 바디킷이 외장에 추가돼 실제 가격 차이는 1000만원이 넘는다는 게 병행수입업체의 설명이다.



작년 1800원대와 1400원대를 넘나들던 원/유로 환율과 원/달러 환율이 올 들어 400원 안팎 하락하는 등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병행수입차 업체들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병행수입차는 정식 수입사가 아닌 개인 사업자가 독자적인 경로를 통해 차량을 수입한 것으로 독점권을 가진 수입사의 가격보다 저렴한 게 장점이다.



원/유로 환율과 원/달러 환율이 1300원과 1000원선을 유지한 2007년에는 서울과 수도권에만 30~40개 병행수입차 업체들이 활발한 사업을 진행했고 공식 수입 가격보다 15~30%까지 싼 가격을 무기로 고객층을 넓혀갔다.

그러나 2008년부터 환율이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문을 닫는 병행수입차 회사들이 속출했다. 환율이 1000원일 때 1억원 하던 차량이 환율이 1600원을 넘어서면서 가격이 1억6000만원 이상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BMW코리아와 벤츠 코리아 등 공식 수입사들도 환율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유로화로 판매대금을 결제하는 BMW코리아는 지난해 53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해 독일 본사에서 718억원을 지원받기도 했다. 벤츠와 아우디, 폭스바겐 등은 원화로 대금을 결제해 한국법인은 손실이 없었으나 독일 본사는 상당한 손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정식 수입업체들은 본사 지원과 원화 결제 덕분에 환율 상승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최근 서울 서초동에 4층 규모의 대형전시장을 마련한 한 병행수입업체는 벤츠 S클래스와 E클래스, BMW 7시리즈 등 1억원 이상의 대형세단과 '연예인 밴'으로 유명한 포드 익스플로러 밴 등을 판매하고 있다.

국내 공식가격이 1억9250만원인 벤츠 'S500'보다 윗급인 'S550' 을 1억6000만~1억7000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밴 차량 역시 시세보다 최고 15%까지 저렴하다. 입소문을 타고 고객들이 늘면서 벤츠 S클래스와 익스플로러 밴의 경우 수입한 물량이 전부 소진됐을 정도다. 현재 20~30대 이상의 차량이 수입절차를 밟고 있다.



병행수입사 관계자는 "현재 환율로는 1억원 이상의 차량에서는 판매자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라면서 "원/달러 환율이 1100원선으로만 진입하면 병행수입사의 판매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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