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충정 최병문 변호사 ⓒ이동훈 기자
보험 제도와 상품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전통적인 보험 영역을 탈피해 농작물 재해 보험, 지적재산권 보험 등이 새로 생겼고, 결함의 입증 책임을 소비자에서 제조자로 전환케 한 제조물 책임 보험도 시행되고 있다.
법무법인 충정의 최병문 보험 전문 변호사(42·사진)는 13년째 줄곧 보험 소송을 전담하고 있다. 업계 최초로 보험 전문팀을 꾸려 팀장을 맡았다. 보험 분쟁 분야의 선구자답게 지금까지 수행한 소송 사건은 300여건에 달한다.
◇'백수 소송' 최종 승소, '보험 전문 변호사'로 자리매김'
최 변호사는 소위 '백수(白壽)소송'을 승소로 이끌면서 보험 전문 변호사로 자리매김했다. 1980년대 초 고금리 저축성 보험으로 인기를 끈 종신 연금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이 금리 인하로 배당금이 줄어들자 보험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최 변호사는 삼성생명을 대리해 2007년 6월 원고 패소 확정 판결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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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보험은 보험사들이 1980년부터 1982년까지 100여 만명의 가입자를 모집한 상품으로 당시 월 3~9만원을 3~10년간 납입할 경우 55세부터 연금을 주도록 설계됐다. 또 시중금리(당시 연 25% 안팎)와 예정이율(12%)의 차이에서 생기는 600만~1000만원 상당의 확정배당금을 추가로 지급하도록 돼 있었지만 보험사는 금리 하락을 이유로 배당금 지급을 거절했다.
대법원은 당시 "정기예금 이율이 변하면 확정배당금이 달라질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차익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사정은 약관을 읽어본 계약자라면 충분히 알 수 있다"며 "보험사가 계약 내용의 설명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온정주의적 유추 해석이 아닌 엄격한 법적 잣대를 적용한 이 판결은 이후 보험 소송에 큰 영향을 미쳤다.
◇"계약자들도 약관 꼼꼼히 살펴야"
최 변호사는 보험 계약자들에게 보험에 대한 인식 전환과 주의를 당부했다.
"보험은 위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라는 합리적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따라서 계약자들은 계약을 맺기 전에 반드시 약관을 세밀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약관을 제대로 읽는 것이 스스로를 보호하는 길이죠."
그는 후배들에게도 항상 "꼼꼼해지라"고 당부한다. 최 변호사는 "보험 소송은 누가 얼마만큼 기록을 많이 보고 고민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며 "약관과 상법 하나하나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분쟁, 엄격한 법적기준으로 판단해야"
최 변호사는 보험 분쟁에서 엄격한 법적 판단에 따른 해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과거에는 금융감독원과 소비자보호원, 법원 등 보험 분쟁 해결기구 사이에 '보험사는 강자'라는 인식이 많았다.
계약자가 상대적으로 '약자'라는 이유로 법리와 관계없이 보험금 지급 결정이 이뤄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사례가 빈번해지면 장기적으로는 전체 보험 계약자들이 손해를 본다는 게 최 변호사의 설명이다.
"대표적인 예로 자동차 보험사고를 들 수 있습니다. 가입자가 자동차를 사고를 당한 뒤 부상 정도를 과장해 보험금을 청구하고, 법원이 가입자의 주장에 현혹돼 지급 판결을 내린다면 그만큼 전체 보험의 재원이 부족해지겠죠. 그러면 보험사가 손해를 메우기 위해서 보험료를 인상하는 악순환이 일어납니다."
엄격한 법적 판단기준에 따라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보험사는 물론 계약자들에게도 이익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을 대리해 합리적 법리를 제시하고 보험금 분쟁에 대한 타당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보험 전문 변호사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동훈 기자
"로펌 생활을 오래하다 보니까 스스로 삭막해진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공익적인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복지기관이나 소외된 이웃을 위해 법률적 봉사를 할 수 있는 지도 알아보고 있습니다."
◇"의사소통, 신뢰감 형성이 중요"
최 변호사의 의뢰인과 파트너들은 원활한 의사소통과 신뢰 형성 능력을 그의 최대 강점으로 꼽는다.
"가급적이면 담당자들이나 의뢰인과 많은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합니다. 그 분들이 하고 싶은 말을 경청해야 소송이나 자문 업무도 원활해집니다."
실제로 최 변호사에게는 친형제처럼 지내는 의뢰인이 다수다. 그는 "단순히 법적 지식만 가지고 혼자서 일을 하려다 보면 해결책이 나올 수 없다"며 "언제든지 대화하고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관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