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살린 '강남3구 몰표', 공정택 데자뷔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10.06.0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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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는 한나라당의 '텃밭'인 강남3구에서 갈렸다. 몰표였다.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에게 내내 밀리다 막판 기사회생한 오세훈 당선자 얘기다.

오 당선자는 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최종 개표 결과, 서울시 25개구 가운데 불과 8개구에서만 한 후보를 앞섰다. 이 중 강남과 서초 송파 등 한나라당의 안방 유권자들이 오 당선자에게 표를 몰아줬다.



오 당선자와 한 후보의 득표 차이는 불과 2만6000표. 강남3구에서 오 당선자는 한 후보에 비해 12만6930표를 더 얻었다. 한 후보는 승리한 17개 구에서 오 후보보다 12만2527표를 더 얻었다. 강남 몰표가 오 후보의 승리에 결정적 기여를 한 셈이다. 한 후보는 내내 앞서가다 강남3구 개표가 본격화된 오전 4시께 역전을 허용하고 '분루'를 삼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번 6.2 지방선거 서울시장 판세가 2년 전 서울 교육감 선거를 그대로 재현했다는 해석이 그럴 듯하다. 이른바 '데자뷔'(기시감. 현 상황을 전에 체험한 것처럼 느끼는 것) 현상이다.



2008년 첫 서울 직선 교육감 선거에선 보수와 진보의 '대격돌'이 펼쳐졌다. 보수 후보인 공정택 후보와 진보 후보인 주경복 후보가 맞붙었다. 판세는 막상막하였다. 투표가 끝나고 개표가 80% 가까이 진행된 상황에서 공 후보와 주 후보는 1%포인트 이내의 초박빙 승부를 벌였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강남3구 개표가 진행되자 공 후보에게 몰표가 쏟아졌다. 공 후보의 최종 득표율은 40.1%, 주 후보는 38.3%. 표차는 2만2000표에 불과했다.

주 후보는 서울 25개 구 가운데 17개 구에서 이겼지만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 3구에서 6만8000표를 뒤졌다. "전교조 반대를 기치로 내건 공 후보의 집중적인 강남3구 선거 전략이 먹혔다"는 평가가 나왔다.


오 당선자 캠프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장 선거는 강남 표심의 결집력이 승부를 결정지었다"며 "강남3구에서 압승을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지는 몰랐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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