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감각''황금률' 돋보인 6.2 지방선거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2010.06.03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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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오세훈 막판 역전 서울·경기 가까스로 방어… 野 "아쉽지만 만족"

6·2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여당을 따갑게 질책한 반면 야당에게는 여당 독주에 대한 견제역할을 맡겼다. 현 정권의 독주에 경고 메시지를 던졌고 야당에게는 재도약의 기회를 제공했다. 특히 과거 지방선거처럼 모든 지역을 야당에 몰아주지 않음으로써 '균형감각', '황금률'이 발휘된 선거였다는 평가다.

야당은 인천 충남 충북 강원 경남 등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총선과 대선의 근거지인 수도권에서 인천 한곳만을 차지했다. 반면 여당은 텃밭인 경남조차 내주며 '지방선거=여당의 무덤'이란 악몽에 휩싸이는 듯 했다. 하지만 오세훈, 김문수라는 '간판급 스타'를 앞세워 서울시와 경기도를 지켜냈다.



야권은 주요 격전지에서 기대 이상의 결과를 올려 여당의 국정안정론을 잠재웠다. 천안함 사건으로 '북풍'이 몰아쳤지만 민심은 야권의 정권심판론에 주목했다.

이번 선거에서 여야의 경쟁은 '북풍(北風) 대 노풍(盧風)'으로 압축됐다. 여당은 북풍을 앞세워 보수층은 물론 각계각층의 안정선호 심리를 자극했다. 야당은 비민주적 정권을 심판하자며 야권단일화, 노풍 확산으로 맞섰다. 이에 따라 이번 지방선거는 여느 때와 달리 지역 인물 중심에서 전국적 이슈를 가진 선거로 치러졌다.



선거 결과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선거 패러다임이 일대 전환기를 맞이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역대 선거에서 큰 위력을 발휘했던 북풍이 사실상 표심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게다가 여당은 굳건한 텃밭이자 안마당인 경남에서 충격적인 일격을 당했다. 야권의 텃밭인 호남에서도 한나라당 후보들이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치기도 했다.

여당은 이번 선거에서 '실용주의적 정책'을, 야권은 '사람 중심의 정책'을 강조했다. 여당은 집권당 프리미엄을 활용해 친서민·실용주의 정책의 일관된 추진을 강조했다. 반면 야권은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사람특별시' 정책에서 상징되듯 현 정권의 각종 정책편향을 집중 성토했다. 이 같은 '가슴'에 호소하는 전략이 예상 외로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에서 강세를 보였던 야당의 전통을 이어갔다. 특히 노풍(盧風)이 여전히 살아 있는 바람임을 입증했다. 서울, 경기, 인천, 강원, 충청을 연결하는 '친노 벨트' 후보들을 선보여 만만치 않은 힘을 각인시켰다. 특히 전통적으로 여당의 텃밭인 경남에서 무소속이긴 하지만 친노 대표 인물 중 한 명인 김두관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것은 여당에게 위협적인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민주당이 충청권에서 선전함에 따라 여당은 세종시 추진을 위한 동력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역 민심이 세종시를 놓고 정권심판 쪽으로 기울었다는 방증이기 때문. 이에 따라 야당은 향후 최대 이슈인 세종시 문제에 대해 강력한 비교우위를 확보했다. 게다가 논란을 거듭하고 있는 4대강 사업을 저지할 에너지를 모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고전으로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명박 정권은 어쩔 수 없이 집권 후반기 '레임덕'을 우려할 상황에 놓였다. 4대강, 세종시, 개헌, 행정구역·선거구제 개편 등 굵직한 이슈들을 추진할 동력 확보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한나라당은 이번 결과에 대해 "국민의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라는 점에서 후폭풍에 휩싸이게 됐다. 특히 국정지지율이 50%대를 넘나들고 있는 가운데 당한 패배여서 내상이 더욱 깊을 수밖에 없다.

지도부 교체 등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여권 내에서는 이번 결과를 계기로 2012년 총선, 대선을 향한 '필승 체제' 구축에 나서야 한다는 개혁 요구가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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