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룡이 떴다…차기 대권 밑그림 그려져"

머니투데이 김선주 기자 2010.06.03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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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선 밑그림이 그려졌다. 18대 대선이 치러지는 2012년 12월까지 남은 시간은 2년6개월. 6·2지방선거는 여·야 잠룡들의 각축장이었다.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재선에 성공하며 여당 차기 주자 자리를 굳혔다. 한나라당은 한층 견고해진 잠룡 구도로 정권재창출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비록 낙선했지만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막판 무서운 기세로 따라붙으며 저력을 보여줬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정치적 가능성을 보이며 범야권 대선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여권 잠룡= 박근혜 전 대표 '원톱' 체제에 '정몽준·오세훈·김문수' 트로이카가 가세했다. 아직까지 '1강(强)3중(重)' 구도지만 대선까지 남은 기간을 고려하면 역전도 가능하다.



'선거의 여인'이 칩거한 가운데 한나라당이 고전을 면치 못한 만큼 박 전 대표는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서울·경기에서 승리하긴 했지만 전체 판세로 보면 사실상 민주당이 승리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유일하게 지원 유세에 나선 자신의 지역구 대구 달성군에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면서 이래저래 체면을 구겼다.


친박(親朴)계 이계진 강원도지사 후보마저 이광재 민주당 후보에게 패하면서 정치적 입지가 예전만 못 하게 됐다.

지방선거 승리를 발판으로 '승계직 대표' 꼬리표를 떼고 당권 도전 교두보를 마련하려던 정몽준 대표는 수도권 2곳을 건지면서 체면치레를 했다.



그러나 이미 '패장' 이미지가 드리운 만큼 7월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차기 대권을 향한 큰 걸음을 떼려던 계획을 수정하는 게 불가피해졌다.

오세훈 시장은 재선에 성공하면서 전임자인 이명박 대통령의 전철을 밟게 됐다. 서울시장 자리를 발판으로 '포스트 MB'를 꿈 꿀 수 있게 됐다.

낙승하리라던 예상을 깨고 강남·서초·송파구 지지율을 기반으로 힘겹게 이긴 것은 취약한 당 내 기반과 더불어 오 시장의 과제다.



'리틀 MB'로 불리며 잠재적인 대권 후보로 꼽혀 온 김문수 지사에게는 이번 선거가 일대 전환점이다. 노풍(盧風)의 전면에 선 유시민 전 장관과의 정면 승부에서 승리했기 때문이다.

일단 대선 주자로 몸집을 키우는데 성공했지만 전임자들(손학규·이인제)이 대선에서 별다른 파괴력을 보이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권 연착륙을 장담하기 어렵다.

◇야권 잠룡= 유시민 전 장관은 승패를 떠나 야권 잠룡으로 급부상했다. 신생 정당인 국민참여당 후보가 제1야당인 민주당 후보를 꺾고 단일후보가 된 것 자체가 파란이었다.



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과 잇따라 후보단일화에 성공, 야권 연대의 상징이 됐다. 비록 졌지만 호전적인 이미지가 상쇄되고 통합 능력이 부각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영남 출신이라는 점도 강점이다. 경북 경주 출신인 그는 낙선하긴 했지만 대구에 출마한 적 있다.

호남 지분을 노리고 있는 평화민주당이 캐스팅보트가 되서 국민참여당과 연대한다면 영·호남 지지 기반을 바탕으로 지역구도 타파에 앞장 설 수 있다.



대선 주자로서 민주당 '정세균·손학규·정동영' 트리오의 존재감이 미미한 상황이라는 점도 유 전 장관에게 유리한 대목이다.

선거기간 내내 오세훈 후보에게 밀리던 한명숙 전 총리는 막상 뚜껑이 열리자 무서운 속도로 오 후보를 위협했다.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0.2%p 차이로 오 후보를 추격, 한나라당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개표 과정에서도 중반부터 선두를 달렸지만 막판에 석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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