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재선에 성공하며 여당 차기 주자 자리를 굳혔다. 한나라당은 한층 견고해진 잠룡 구도로 정권재창출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여권 잠룡= 박근혜 전 대표 '원톱' 체제에 '정몽준·오세훈·김문수' 트로이카가 가세했다. 아직까지 '1강(强)3중(重)' 구도지만 대선까지 남은 기간을 고려하면 역전도 가능하다.
서울·경기에서 승리하긴 했지만 전체 판세로 보면 사실상 민주당이 승리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유일하게 지원 유세에 나선 자신의 지역구 대구 달성군에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면서 이래저래 체면을 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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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親朴)계 이계진 강원도지사 후보마저 이광재 민주당 후보에게 패하면서 정치적 입지가 예전만 못 하게 됐다.
지방선거 승리를 발판으로 '승계직 대표' 꼬리표를 떼고 당권 도전 교두보를 마련하려던 정몽준 대표는 수도권 2곳을 건지면서 체면치레를 했다.
그러나 이미 '패장' 이미지가 드리운 만큼 7월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차기 대권을 향한 큰 걸음을 떼려던 계획을 수정하는 게 불가피해졌다.
오세훈 시장은 재선에 성공하면서 전임자인 이명박 대통령의 전철을 밟게 됐다. 서울시장 자리를 발판으로 '포스트 MB'를 꿈 꿀 수 있게 됐다.
낙승하리라던 예상을 깨고 강남·서초·송파구 지지율을 기반으로 힘겹게 이긴 것은 취약한 당 내 기반과 더불어 오 시장의 과제다.
'리틀 MB'로 불리며 잠재적인 대권 후보로 꼽혀 온 김문수 지사에게는 이번 선거가 일대 전환점이다. 노풍(盧風)의 전면에 선 유시민 전 장관과의 정면 승부에서 승리했기 때문이다.
일단 대선 주자로 몸집을 키우는데 성공했지만 전임자들(손학규·이인제)이 대선에서 별다른 파괴력을 보이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권 연착륙을 장담하기 어렵다.
◇야권 잠룡= 유시민 전 장관은 승패를 떠나 야권 잠룡으로 급부상했다. 신생 정당인 국민참여당 후보가 제1야당인 민주당 후보를 꺾고 단일후보가 된 것 자체가 파란이었다.
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과 잇따라 후보단일화에 성공, 야권 연대의 상징이 됐다. 비록 졌지만 호전적인 이미지가 상쇄되고 통합 능력이 부각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영남 출신이라는 점도 강점이다. 경북 경주 출신인 그는 낙선하긴 했지만 대구에 출마한 적 있다.
호남 지분을 노리고 있는 평화민주당이 캐스팅보트가 되서 국민참여당과 연대한다면 영·호남 지지 기반을 바탕으로 지역구도 타파에 앞장 설 수 있다.
대선 주자로서 민주당 '정세균·손학규·정동영' 트리오의 존재감이 미미한 상황이라는 점도 유 전 장관에게 유리한 대목이다.
선거기간 내내 오세훈 후보에게 밀리던 한명숙 전 총리는 막상 뚜껑이 열리자 무서운 속도로 오 후보를 위협했다.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0.2%p 차이로 오 후보를 추격, 한나라당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개표 과정에서도 중반부터 선두를 달렸지만 막판에 석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