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말리는 접전 끝에 개표가 97%를 넘고 2만표 이상 차이로 오 후보가 앞서가자 기자들 사이에선 "오세훈이 결국 날개를 달았다"는 말이 나왔다. 민선 서울시장으론 최초로 재선에 성공하면서 유력한 차기 또는 차차기 대권주자로 올라섰다는 얘기였다.
당 경선 주자로 나선 나경원 원희룡 의원에게 청와대의 의중이 실렸다는 얘기가 나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경선 중간에는 제3 후보론이 끊이지 않았다. 경선 막판 원 의원이 사퇴하고 나 의원과 단일화를 이뤘을 때는 '혹시나' 하는 우려도 없지 않았다는 게 측근들의 고백이다.
선거 초반 민주당이 들고 나온 초·중등학교 무상급식 전면실시 공약이 선거 이슈로 떠오른 것도 부담이었다. 3월 중순만 해도 지방선거 최대 이슈로 무상급식을 꼽는 이가 대다수였다. 민주당에 이슈를 '뺏긴' 한나라당과 오 당선자로선 수세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승기를 잡은 것은 당 경선에서 압도적인 차이로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로 결정되면서였다. 이후 4년 시정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한 발짝 앞서 정책을 쏟아내며 한 후보를 압박했다. TV토론회에서 보여준 '준비된 후보' 이미지도 대세론을 굳히는 데 한몫 했다. "'디자인 서울' '하나고 특혜 의혹' 등 불리한 사안에 대한 답변이 충실했다"는 평이다. "시정 운영상 공식 출마 선언은 늦었지만 지난해 재선 도전 결심을 굳히면서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왔다"고 선거캠프 관계자들은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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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당선자는 선거 운동 기간 "4년 임기를 꽉 채워 완수하는 재선시장이 되겠다"고 말했다. 2012년 대선 출마를 위해 임기 중 사퇴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가라앉지 않자 "임기 중에 대선에 출마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며 "임기를 마친 뒤 성과를 바탕으로 국민이나 당에서 원하면 그때나 고려해 보겠다"고도 밝혔다.
사실 현재 여권 구도에선 박근혜 전 대표와 정몽준 대표 등 '차기'를 노리는 거물급이 줄지어선 만큼 앞날을 기약하기가 쉽지 않다. 정치권 한 인사는 "나이와 서울의 상징성 등을 감안할 때 재선 도전은 탁월한 선택"이라고 말한다. 그 말대로 최초의 민선 재선시장이라는 오 당선자의 정치적 입지는 지금보다 4년 뒤 더 강력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