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재선 성공' 오세훈 날개 달다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0.06.03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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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 개표가 시작된 지 만 13시간여가 지난 3일 아침 7시30분. 한나라당 여의도 당사에 남아있는 기자들은 10명 남짓에 불과했다. 밤새 TV로 생중계된 개표 결과 방송에서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와 한명숙 민주당 후보는 서울시장 자리를 두고 4차례나 뒤집기 각축전을 벌이며 박빙 승부를 벌였다.

피 말리는 접전 끝에 개표가 97%를 넘고 2만표 이상 차이로 오 후보가 앞서가자 기자들 사이에선 "오세훈이 결국 날개를 달았다"는 말이 나왔다. 민선 서울시장으론 최초로 재선에 성공하면서 유력한 차기 또는 차차기 대권주자로 올라섰다는 얘기였다.



지난해부터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려왔지만 올해 초만 해도 오 당선자의 경쟁력을 두곤 여권 내에서조차 반신반의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가 재임 시절 의욕 있게 추진한 '디자인 서울 프로젝트'에 대한 비판이 당 안팎으로 거셌다. 지난 총선에서 불거진 '뉴타운' 논란을 두고 여전히 껄끄러운 시선을 거두지 않는 당내 의원도 적잖았다.

당 경선 주자로 나선 나경원 원희룡 의원에게 청와대의 의중이 실렸다는 얘기가 나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경선 중간에는 제3 후보론이 끊이지 않았다. 경선 막판 원 의원이 사퇴하고 나 의원과 단일화를 이뤘을 때는 '혹시나' 하는 우려도 없지 않았다는 게 측근들의 고백이다.



야권 경쟁자인 한명숙 민주당 후보와의 가상 대결 전망도 낙관적이지만은 않았다. 지난 4월9일 한 후보가 뇌물수수 의혹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직후 실시한 일부 여론조사에선 순위가 뒤집히기도 했다. 당 경쟁자였던 나 의원은 이때마다 '한명숙 대항마'를 자처하며 여성 후보론 공세를 폈다.

선거 초반 민주당이 들고 나온 초·중등학교 무상급식 전면실시 공약이 선거 이슈로 떠오른 것도 부담이었다. 3월 중순만 해도 지방선거 최대 이슈로 무상급식을 꼽는 이가 대다수였다. 민주당에 이슈를 '뺏긴' 한나라당과 오 당선자로선 수세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승기를 잡은 것은 당 경선에서 압도적인 차이로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로 결정되면서였다. 이후 4년 시정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한 발짝 앞서 정책을 쏟아내며 한 후보를 압박했다. TV토론회에서 보여준 '준비된 후보' 이미지도 대세론을 굳히는 데 한몫 했다. "'디자인 서울' '하나고 특혜 의혹' 등 불리한 사안에 대한 답변이 충실했다"는 평이다. "시정 운영상 공식 출마 선언은 늦었지만 지난해 재선 도전 결심을 굳히면서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왔다"고 선거캠프 관계자들은 전한다.


오 당선자는 선거 운동 기간 "4년 임기를 꽉 채워 완수하는 재선시장이 되겠다"고 말했다. 2012년 대선 출마를 위해 임기 중 사퇴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가라앉지 않자 "임기 중에 대선에 출마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며 "임기를 마친 뒤 성과를 바탕으로 국민이나 당에서 원하면 그때나 고려해 보겠다"고도 밝혔다.

사실 현재 여권 구도에선 박근혜 전 대표와 정몽준 대표 등 '차기'를 노리는 거물급이 줄지어선 만큼 앞날을 기약하기가 쉽지 않다. 정치권 한 인사는 "나이와 서울의 상징성 등을 감안할 때 재선 도전은 탁월한 선택"이라고 말한다. 그 말대로 최초의 민선 재선시장이라는 오 당선자의 정치적 입지는 지금보다 4년 뒤 더 강력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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