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의 반란(?)…변수가 된 청년층 투표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0.06.02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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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풍·세종시수정안 등 젊은층·부동층 투표장으로 이끌어

#. 최대 변수는 역시 투표율이었다. 2일 제5회 전국동시 지방선거 투표율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예상한 50%안팎을 훌쩍 넘긴 54.5%를 기록하면서 각 당의 표정은 미묘하게 엇갈렸다.

여야는 투표 전부터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낮은 20·30대가 얼마나 투표에 참여할 것인지가 선거 결과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야당 성향이 강한 젊은 층이 대거 투표에 나설 경우 여권에 불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뚜껑을 열어보니 당초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한명숙, 유시민, 송영길 등 민주당 수도권 후보들이 청년층의 지지를 업고 강세를 보였다. 이 같은 결과는 북풍을 비롯해 노풍, 정권견제론 등 중앙정치에서 터진 이슈에 젊은 층이 민감하게 반응한 결과로 보인다.

#. 투표율과 함께 부동층의 향배도 승패의 분수령이 됐다. 투표일 전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후보가 없거나 지지후보에 응답하지 않은 부동층은 수도권 10~20%, 경남과 충남, 충북은 30%에 달했다.



최대 승부처인 서울과 경기, 인천의 경우 여야 후보간 지지율 차가 10~20%포인트 수준 이었던 만큼 투표 당일 부동층의 표심이 결국 승패를 갈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야 후보가 오차 범위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던 경남과 충남, 충북 지역도 부동층의 손에 여야의 희비가 갈린 것으로 보인다.

#. 서울·경기·충남·경남·강원 등 친노(친노무현) 후보들의 선전 뒤엔 '노풍'(盧風)이 있었다. 민주당과 친노(친노무현) 후보들은 "선거는 선거, 추모는 추모"라며 선을 그었지만 폐족(조상이 큰 죄를 지어 자손이 벼슬을 할 수 없는 가문)을 자처했던 친노 인사들이 대거 후보로 나설 수 있었던 것부터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추모 분위기 덕이었다. 16개 시·도지사 후보 가운데 친노 후보가 출마한 곳은 5곳에 이른다.

친노 후보들은 표심에서도 성과를 거두며 노풍의 위력을 검증했다. 천안함발(發) 북풍에 고전을 면키 힘들 것으로 보였던 친노 후보들이 선전할 수 있었던 데는 후보 개인의 역량 못지않게 정권견제론과 맞물린 노풍의 힘이 컸다는 분석이다.


#.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추진은 충청 표심을 뒤흔들었다. 세종시 수정안 추진에 반발해 한나라당 소속 이완구 지사가 불출마를 선언한 충남지사 선거에서 대타로 나선 박해춘 한나라당 후보는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후보에 밀려 저조한 득표율을 기록했다. 박 후보는 출마 선언 당시부터 '총대'를 멨다는 얘기가 돌았다.

세종시 정국은 충청권에 기반을 두고 세종시 원안 고수에 앞장선 자유선진당 보다는 민주당에 호재로 작용했다. 자유선진당 '텃밭'에서 민주당이 수확을 거둔 것은 세종시 구상을 낸 친노 후보들에게 부동층 표가 몰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유선진당은 이번 선거로 당 진로에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

#. 북풍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선거 정국이 실종됐다 할 정도로 거셌던 안보정국은 예전만큼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패러다임의 변화"라는 얘기도 나온다. "안보논리로는 더 이상 표심을 좌우할 수 없다"는 말이다. '북풍' 기대감을 엿보였던 한나라당이나 '북풍 경계령'에 속을 태운 민주당 등 야당도 향후 선거 매뉴얼을 다시 짜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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