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 오면 언제 갈까, 언제나 그대로인 곳"

머니투데이 인제(강원)=최병일 기자 2010.06.03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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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품은' 강원도 인제]천혜의 비경속에 펼쳐진 질박한 고장


- 물길따라 만나는 방동계곡·진동계곡…
- 방태산 정상에선 초록빛 원시림 한눈에
- 만해선생 마을엔 애국혼과 문학적 향기


길을 걷고 또 걸어도 산뿐이었다. 강원도 중동부에 위치한 인제는 청정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사람이 사는 터전에 자연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 사람들이 포위된 형상으로 산다. 인제는 한 번도 스스로를 빛내어 본 적이 없다. 질박하면서도 순수한 자연의 본령을 닮았던 사람들도 세월의 흐름 속에 영특해졌지만 그들을 품은 자연은 아직 그대로다.



▲하늘에서 본 인제의 모습 ▲하늘에서 본 인제의 모습


◆느리게 걸어가며 느끼는 방동계곡의 참맛
현리시내에서 약 10분 정도만 가면 방동계곡에 도착한다. 예전에는 방골계곡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길은 포장이 잘되어 있어 쉽게 찾아 갈 수 있다. 포장도로 바깥으로 물줄기가 흐르는데 이곳이 방태천이다.

계곡물은 햇살이 뜨거운 여름에도 발이 시릴만큼 차갑고 깨끗하다. 방동계곡에는 예전에는 벌을 치는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예전보다는 줄었지만 지금도 양봉시즌이면 곳곳에 벌통이 놓여져 있다.



▲인제의 계곡▲인제의 계곡
이곳 꿀 중 특히 석청은 임금님의 진상품으로 올려졌을 만큼 유명했던 곳이다. 방동계곡은 삼둔 사가리로 불리는 오지 중 한 지류인 적가리골이다. 예전에는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무척이나 험난했다. 어떤 이는 4시간을 걸어서 거슬러 올라갔다고도 하고 또 어떤 이는 5시간이나 걸렸다고도 한다.

그러나 이제는 산이 아닌 곳은 거의 모두 포장이 되었다. 그리고 풍취가 뛰어난 곳마다 펜션이 들어섰다. 신간은 편해졌지만 발바닥으로 그리고 가슴으로 느끼는 즐거움은 온전히 사라져버렸다.

▲내린천 ▲내린천
길을 따라 보이는 참나무 박달나무 피나무 등의 아름드리 거목들이 울울하게 펼쳐져 있는 정취는 차를 타고 가는 여행으로는 도저히 느낄 수 없다. 게다가 가끔씩 보이는 야생화의 모습은 느리게 가는 여행자들의 특권으로 남아 있다. 방태산 휴양단지가 있는 지점쯤에서 더 이상 차로 달리기가 곤란해진다.


휴양단지 밑에는 2단 폭포가 펼쳐진다. 잡다한 설명이 구구해질 만큼 그 풍경은 절경이다. 일명 계단폭포로도 불리는 이곳은 가족단위 휴양객들이 발을 담그며 놀 수 있는 최적의 포인트다.

방동계곡에서 방태산 휴양림 쪽으로 빠지지 않고 물줄기를 따라 줄곧 내려가면 진동계곡으로 이어진다. 진동계곡은 4계절이 모두 아름답다. 계곡을 따라 피어나는 봄꽃과 여름철 무더운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수정 같은 물줄기, 화려함과 우아함을 동시에 지닌 가을단풍, 그리고 눈 속에 펼쳐지는 신천지 같은 겨울. 청신하다는 표현이 가장 잘 맞아 떨어지는 곳이다.

방태산은 사방이 긴 능선과 깊은 골짜기를 이루어져 풍광이 매우 뛰어나다.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예언서인 '정감록'에도 이른바 '삼재불입지처'(물, 불 바람의 세 가지 재난이 들지 않는다는 곳)으로 알려진 곳이다.

산정에 오르면 멀리 동해바다와 설악산이 보이며 피나무, 박달, 소나무, 참나무류 등 수종이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 차 원시림을 이루고 있다. 정감록의 기록 때문인지 한때 이산을 중심으로 수백가구의 화전민이 살았다고 한다.

▲내린천 ▲내린천
방태산 근처 내린천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북쪽으로 흐른다. 굽이굽이 감도는 30리 계류 어느 쪽이든 여름 한낮의 뙤약볕을 피할 수 있는 숲과 넓은 바위들이 있다. 인제 팔경 중 5경으로 꼽히기도 하는 내린천은 무엇보다도 주변경치가 아름답고 물살이 고요하면서도 거세 국내 최고의 급류타기 최적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연간 내린천을 찾는 인원만 40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고 한다.

◆만해 선생의 애국혼이 깃들인 사찰 백담사
백담사는 사실 역사적 가치로만 친다면 그리 유명한 절은 아니다. 이 절이 유명해진 것은 일제 시대의 위대한 애국자와 광주민중항쟁을 피로 진압한 독재자가 일조했다. 만해 한용운선생이 거처했기에 크지 않은 절 이곳저곳에 그의 흔적이 남아 있다.

그의 시 '나룻배와 행인'을 새긴 시비와 그의 흉상이 세워져 있으며, 1997년 11월 9일 개관한 만해기념관이 있다. 그가 이곳에서 사미계를 받고 공부했었다는 것만으로 이곳은 민족혼을 상징하는 도량이 되었다.

▲백담사의 전경 ▲백담사의 전경
반면 초라한 모습으로 유배된 전두환 전 대통령 내외가 묶었던 곳이다. 묘하게도 그들이 묶고 난 이후 관광객들이 더 많이 찾게 됐다. 절 요사채에는 그가 묶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진과 그가 쓰던 물건들이 그대로 전시돼 있다.

백담사는 신라제 28대 진덕여왕 원년(647년) 에 자장율사가 세웠는데 처음에는 한계사라 불렸으나 그 후, 대청봉에서 절까지 웅덩이가 100개 있어 백담사라 이름 붙였다. 십여차례 소실됐다가 6.25동란 이후 1957년에 재건돼 현재에 이르는 등 역사적 곡절이 많은 절이다. 암자로는 영시암, 오세암, 봉정암이 있다.

특히 '오세암'은 동명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셔틀버스는 오전 8시에 첫차가 출발하며 백담사에서 4시에 막차가 있다. 총거리 7km중 4km만 버스가 운행되고 3km는 도보로 올라가야 한다. 왕복 2시간이 소요된다.

◆100 여 군데 소와 담이 만든 신비한 조화백담계곡
백담사로 올라가는 그 수려한 계곡이 바로 백담계곡이다. 섬세함 절묘함 그리고 수려함까지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수식어가 모자랄 정도로 백담계곡은 아름답다.

걸어서 백담사까지 가는 거리가 8km(물론 백담사까지 가는 셔틀버스가 있다)나 돼 왕복으로 치면 2시간 정도는 속히 소요되지만 전혀 아깝지 않을 만큼의 풍경들이다. 촛대바위를 지나 언덕에 올라서면 노송이 서로 얽혀 있다.

누군가가 이 노송을 부부노송이라고 불렀다. 부부노송을 지나가면 출렁소라고 불리는 작은 폭포가 있다. 이곳에는 천연기념물인 열목어가 산다. 다리를 건너 조금더 들어가면 옛날에 학이 와서 놀고 갔다는 학바위가 있다. 그렇게 갖가지 형상의 바위와 소와 담들이 100여군데가 있다 해서 백담계곡이 됐다.

◆만해사상의 생활속 실천도량 만해마을
60년전 서거한 만해의 숨결과 문향을 기리는 만해마을은 인제군 북면에 위치하고 있으며 지난 2003년 8월에 개관했다. 만해마을에는 2000여평 부지에 만해문학박물관·만해사(寺)·만해학교·문인의 집·심우장 등 5개 동의 현대식 건물과 만해광장, 만해평화지종(鍾), 만해상(像)이 들어서 있다. 이곳에서는 한용운 선생의 나라사랑의 정신과 그의 치열했던 문학적 향기를 맡을 수 있다.

그저 관람하고 끝나는 곳이 아니라 만해사상을 생활속에 실천하는 실천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만해마을에 있는 4층건물의 '문인의 집'은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돕기 위해 집필공간을 무료로 제공하는 곳. 신청자중 심사를 거쳐 객실을 1~4개월 동안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심우장은 문인·종교인·학자들이 사상·문학을 토론하는 곳이다.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들르는 곳은 바로 만해문학박물관. 만해와 관련된 다양한 책자와 신문자료 그가 쓰던 물품들이 가지런히 전시돼 있다.

한편 만해마을에서는 다도 교실(주말사찰체험), 토요문학아카데미, 생태체험교실, 달빛 아래 노천극장에서 열리는 시 낭송회 등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이용 및 예약문의 : (033)462-2303~4 www.manhae.net

▲산촌민속박물관 ▲산촌민속박물관
◇이색 볼거리=산촌민속박물관
인제에는 국내 유일한 산촌풍경을 그대로 재현한 산촌민속박물관이 있다. 인제산촌민속 박물관은 인제군의 사라져 가는 민속문화를 체계적으로 보존·전시하고 있는 국내유일의 산촌민속 전문박물관이다. 지난 2003년 10월8일 개관했다. 군박물관치고는 규모도 있고 전시내용도 알차다.

전시내용은 산촌사람들의 생업·신앙·음식·놀이 등을 모형·실물·패널·영상매체 등으로 2개실 36개 코너에 전시하고 있다. 우리 조상들이 산촌에서 어떻게 지냈을까를 짐작할 수 있는 공간으로 색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다. 문의 : 033)460-2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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