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엔 초등학교 6학년 조카가 "국회의원은 국회 사람인데 왜 시청 선거에 몰려가 있냐"고 묻는데 말문이 막혔다. 듣고 보니 그랬다. 국회의원은 법 만들고 민생현안을 해결하는 게 주업무인데 이런 일은 다 미뤄두고 국회의원 선거도 아닌 지방자치단체 선거에 '올인' 하는 건 '오버' 아니냐는 얘기다.
사실 선거 통에 국회는 벌써 한달째 개점휴업이다. 31일로 5월 국회가 끝나지만 그동안 국회가 열렸다는 걸 모르는 이도 태반이다. 1달 내내 상임위 회의는 딱 2번 열렸다. 그나마 쓸만한 결론은 나오지도 않았다. 여야의 막판 협상으로 가까스로 열린 본회의는 4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미룬 법안 30여건만 처리하고 산회했다. 지난해부터 여야가 급하다고 한목소리를 낸 기업형슈퍼마켓(SSM) 규제법안 등 크고 작은 민생법안이 줄줄이 밀렸다.
상황이 이러니 늘어나는 건 뒷북입법밖에 없다. 9월 정기국회에서 다시 민생이 주요현안이 될 때까지 선거에 치인 유권자들은 '끈기 있게' 일상을 견뎌야 한다.
무엇보다 지방선거의 경우엔 이런 폐단이 반복되는 고리가 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현직 국회의원이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버리면서 몇 달 뒤 안 해도 됐을 보궐선거가 줄줄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로도 원래 2곳에서만 치르면 될 재·보선이 전국 7곳으로 늘었다. 이런 선거에 들어가는 세금은 또 국민이 져야 한다.
투표일을 이틀 앞두고 여야는 모두 "국민을 위해 한 표 달라" "당선되면, 선거에 이기면 민생을 최우선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선거에서조차 주인행세하기 쉽지 않은 유권자들에겐 "민생을 우선 하는 정당이 어디인지 잘 보고 찍어달라"는 호소만큼 공허한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