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가는 해외펀드… '세금폭탄' 맞나

머니투데이 임상연 기자 2010.05.3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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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펀드등 연내 원금회복 못하면 낭패.."하반기도 기대난망, 비중축소 바람직"

#2007년 11월 '미래에셋인사이트펀드'에 3억원을 투자한 김우철(38세)씨는 최근 펀드 환매를 고민 중이다. 해외펀드 손실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올해로 끝나지만 펀드 수익률 회복은 더딘데다 최근엔 오히려 손실 폭이 확대되고 있어서다.

연말까지 손실이 이어질 경우 내년부터 김씨는 원금손실에도 불구하고 세금을 내야하는 것은 물론 자칫 금융소득종합과세대상자가 돼 세금폭탄까지 감수해야 한다.



김씨는 "원금회복만을 기다렸는데 회복은커녕 올 들어 손실 폭이 더욱 커져 걱정"이라며 "지인들 중 일부가 펀드를 환매하고 국내 주식에 투자해 손실을 만회했다고 해서 환매시점을 고민 중이다"고 밝혔다.

유럽발 악재로 글로벌 증시가 또 다시 요동치자 해외펀드 투자자들이 깊은 시름에 빠졌다. 연내 원금을 회복해야만 세금폭탄을 피할 수 있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해외펀드 비과세를 종료하면서 원금을 까먹은 투자자들에 한해 올해까지 손실분만큼 이익이 발생해도 세금을 걷지 않기로 했다.



◆원금회복 멀어지는 해외펀드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해외 주식형펀드의 최근 2년과 3년 수익률(28일 기준)은 각각 -24.98%, -17.81%로 여전히 원금손실 상태다. 지역별로는 인도펀드를 제외한 모든 해외펀드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펀드는 최근 2년과 3년 수익률이 각각 -41.93%, -53.17%로 아직까지 반토막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재정위기에 휩싸인 유럽펀드도 각각 -27.93%와 -39.32%로 바닥을 헤매고 있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투자한 중국펀드도 부진하긴 마찬가지다. 중국펀드의 최근 2년과 3년 수익률은 -23.81%, -8.97%를 기록 중이다. 이밖에 브릭스펀드, 글로벌펀드, 아시아펀드, 중남미펀드 등도 원금회복까지는 갈 길이 먼 상태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6,100원 ▼200 -3.17%) 펀드연구원은 "지난해 어느정도 수익률을 회복했던 해외펀드들이 올 들어 유로존의 재정위기 확산, 중국의 긴축 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하락하면서 다시 손실폭이 커지고 있다"며 "지난 2007년 고점에서 가입한 투자자들의 경우 단기적으로 원금회복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실례로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반토막이 났던 '미래에셋인사이트펀드'는 작년말 -17%대까지 수익률이 회복됐지만 올 들어 중국증시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손실폭이 -23%대로 확대됐다.
뒤로가는 해외펀드… '세금폭탄' 맞나


◆"세금폭탄 피하려면 환매해야"
글로벌 증시 하락으로 해외펀드의 손실 폭이 다시 커지자 세금문제로 환매를 고민하는 투자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 특히 김씨처럼 거치식 몰빵투자에 나섰던 투자자들은 세금폭탄을 맞을까 우려하고 있다.

만약 '미래에셋인사이트펀드'의 현재 수익률(-23%)이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김씨는 6900만원 가량 손해를 보고도 내년부터는 세금을 내야 한다. 김씨가 내년이후 원금을 회복하고 펀드를 환매할 경우 6900만원의 15.4%인 1062만원 가량을 배당소득세로 물어야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가 돼 최고 38.5%의 세금을 추가로 내야 한다.

최근 국내 주식형펀드와 달리 해외 주식형펀드의 환매가 끊이지 않는 것도 이런 세금문제 때문이다. 업계관계자는 "최근 세금문제로 해외펀드의 환매상담을 신청하는 투자자들이 크게 늘었다"며 "특히 인사이트펀드처럼 거치식 투자자가 많은 해외펀드일수록 환매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펀드전문가들은 내년 해외펀드의 세금폭탄을 피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충고다. 유럽발 악재와 글로벌 긴축 등으로 올 하반기 역시 수익률 회복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따라서 일부 또는 전체 환매를 통해 상대적으로 수익실현 가능성이 높은 국내 주식 등에 재투자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이라는 중론이다.

김후정 동양종금증권 (2,970원 ▲70 +2.41%) 펀드연구원은 "올 하반기에도 이머징보다는 일본 등 선진국증시의 회복속도가 느릴 것 같다"며 "따라서 선진국펀드를 중심으로 해외펀드 비중을 줄이는 것이 좋다"고 밝혀다. 이어 "중국펀드도 정책적 리스크로 하반기 조정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일부는 국내 주식형펀드로 돌리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이계웅 신한금융투자 팀장도 "올해 글로벌 증시는 유동성 축소와 유럽발 악재 등으로 추가상승은 제한적일 전망"이라며 "내년 세금문제가 걸린 투자자라면 해외펀드의 비중을 조절하고 현금을 확보해 재투자 기회를 노려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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