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25시]'동상이몽'속 갈길 먼 사법개혁

머니투데이 류철호 기자, 김성현 기자 2010.06.01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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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한나라당 개혁 방향 놓고 입장차‥국회 논의 과정서 진통 예상


- 대법원 "상고심사부 설치"
- 한나라 "대법관 증원 해법"
- '법조일원화' 전면전 예고


사법개혁 방향을 놓고 대법원과 한나라당이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대법원이 자체개혁안에 대한 바람몰이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에서 공청회를 열고 '법조일원화'와 '상고심사부 설치' 등 자체 개선안에 대한 의견 수렴에 나섰다.

그러나 상고심사부는 외부인사 참여를 확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한나라당의 법관인사위원회 설치 방안과 전면 배치되는 내용이어서 향후 논의 과정에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상고심사부, 한나라당 개혁안과 전면배치

상고심사부는 대법원의 상고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마련된 방안으로 불필요한 상고를 고등법원에서 미리 걸러내는 역할을 하게 된다. 한나라당 안대로 대법관을 14명에서 24명으로 증원하고 대법관 3분의 1을 비(非)법관 출신으로 임명할 경우 대법관의 위상이 추락될 수 있고 이는 다시 대법원의 권한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대법원의 입장이다.

법조일원화는 오는 2023년부터 신규 법관을 100% 10년차 이상 법조 경력자로 임용하는 방안이다. 2023년은 첫 로스쿨 졸업자가 법조 경력 10년차가 되고 마지막 사법시험 합격자가 군 법무관을 마치게 되는 시점이다.


◇대법원, 상고심사부 추진 공식화

이날 공청회에서 대법원은 상고심사부 설치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는 사실상 대법원의 최종안을 발표하면서 한나라당 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재차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대법원이 이날 밝힌 상고심사부 설치 및 운용 방안에 따르면 항소심 판결을 받은 당사자가 판결에 불복할 경우 대법원에 상고이유서를 내는 현행 제도와 달리 고등법원 상고심사부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단, 상고 이유가 명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상고가 허용된다.

대법원은 또 원심 법원으로부터 기록을 받은 후 4개월 이내에 상고 심사 결과를 결정하도록 했다. 당사자가 상고심사부 결정에 불복할 경우 즉시 항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구제 절차도 마련됐다. 하지만 상고심사부가 사건을 대법원으로 보내기로 결정한 경우에 대해서는 불복할 수 없도록 했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대법관을 증원하는 것은 문제점에 대한 본질적인 해결방안이 아닌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사실상 한나라당 안을 비판했다. 공청회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온 김현석 부장판사(법원행정처 정책총괄심의관)는 "최근 10년간 상고심 접수사건 평균 증가율은 연 9.6%에 달한다"며 "대법관을 24명으로 늘리더라도 2015년에는 1인당 접수사건 수가 2006년 수준(1인당 1912건)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조일원화 조기실시는 기득권 강화 포석(?)

이번 공청회에서 대법원은 법조일원화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법관의 처우를 파격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법원행정처 이승련 인사총괄심의관은 "경험이 많은 법조인을 법관으로 뽑으려면 보수의 획기적인 인상이 필요하다"며 "이는 사법부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한 당연하고 필수적인 투자"라고 주장했다.

이 심의관은 또 "미국과 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영·미권 국가의 1심 및 항소심 판사 평균 연봉 수준이 1억∼2억2000만원에 달한다"며 "각국의 물가수준을 감안하더라도 이들 국가의 판사 연봉은 한국의 초임 부장판사(경력 15년 기준)보다 15.8∼155.5%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판사를 '돈 벌이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토론자로 나선 황상진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로스쿨을 통해 법조 인력이 많아져 변호사 수입이 떨어지면 법관 지망자의 저변도 넓어져 법관 보수가 법조일원화 정착의 장애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과 전면전 불가피

대법원은 이 같은 방안을 골자로 한 사법제도 개선안을 조만간 국회에 제출할 예정으로 한나라당과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한나라당은 상고심사제가 도입될 경우 소송 당사자가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당할 소지가 있는 만큼 대법관 증원을 통해 증가하는 상고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 정미경 대변인은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상고심사제는 즉시항고 제도가 있다고 해도 대법원에서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며 "대법관을 증원하는 것 말고는 대법원 업무를 감경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정 대변인은 판사 보수 인상 방안에 대해서도 "판사 보수 개선은 인재확보라는 현실성 측면에서 나온 방안으로 보인다"면서도 "이는 국민의 시각과 상당히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대변인은 이어 "법조일원화는 급여 측면에서만 바라볼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인재확보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다"며 "국회에 의견이 제출되면 모든 것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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