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춘 "경제대통령 곁엔 경제도지사"

머니투데이 예산(충남)=박성민 기자 2010.05.3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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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 민주주의를 되살리자]<격전지 동행취재>열세지역 예산에서 뜨거운 구애

"여러분 사랑합니다." 30일 오전 충남 예산 장터. 때 아닌 '고백'에 유세 현장에 모인 충청도 유권자들이 얼굴을 붉혔다. 할아버지들은 먼 산을 바라봤고 할머니들은 고개를 숙였다. 일부 유권자는 멋쩍은 듯 웃음을 짓기도 했다.

박해춘 한나라당 충남지사 후보의 연설은 이처럼 뜨거웠다. '정치인'의 강한 구호도, '행정가'의 일장연설도 없었다. "~해야 합니다"를 대신한 "~주세요"라는 말에 충청도식 구애 표현을 담았다.



연설 시간도 5분을 채 넘기지 않았다. 박 후보는 "어르신들을 뙤약볕에 오래 세워 둘 필요는 없지 않냐"며 "옛날 정치인들처럼 빤한 말을 반복하는 것은 필요하지도, 익숙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36년 경력의 정통 '금융맨'다운 '효율적인 유세'라는 얘기였다.

달변은 아니었지만 지지자를 포함한 200여명의 유권자들은 박 후보의 한마디 한마디에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유세를 지켜보던 김산(54)씨는 "대통령이 한나라당인데 여당 도지사가 돼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다른 유권자는 "예전과 달리 충청도도 이젠 무조건 '충청당'만 지지하진 않는다"고도 했다.



1 시간 반만에 이동차량에 오른 박 후보는 상기된 표정이었다. 수행비서는 "열세 지역으로 판단했던 예산에서 예상 밖으로 반응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충남 예산은 홍성과 함께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의 지역구다.

박 후보는 이동하는 차량에서 충남 표심이 '세종시 민심'으로만 움직이는 것처럼 비춰지는 게 아쉽다고 했다. 그러면서 "충남에는 세종시만 있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충남이 인천 송도나 전북 새만금과 경쟁해 서해안의 대표선수로 나아가야 한다"는 지론이다.

박 후보에게 세종시는 정치문제가 아니라 경제문제였다. 박 후보는 "세종시 문제는 찐빵 안에 무엇을 넣을 것인가의 문제"라며 "아파트로만 가득 채울 것이냐 기업과 일자리로 채울 것이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떤 빵이 맛있겠냐"고 되물었다.


이어진 유세현장은 삼성전자 아산 탕정 LCD 산업단지였다. 박 후보는 이곳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충청 경제를 살리라고 저를 보냈다"며 "'경제대통령' 곁에는 '경제도지사'가 함께 해야 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박 후보 측 관계자는 "후보로 확정된 지 35일밖에 안 된 탓에 얼굴을 알릴 기회가 부족했지만 한 번이라도 찾아간 지역에선 표심이 바뀌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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