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중퇴ㆍ개발천재...파랑새 잡은 '한국의 잡스'

머니투데이 송정렬 기자 2010.05.31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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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App스타]김진중 블로그칵테일 부사장...3월 으뜸앱 '파랑새' 개발자

↑ 한글트위터 '파랑새'를 개발한 블로그칵테일의 김진중 부사장 ↑ 한글트위터 '파랑새'를 개발한 블로그칵테일의 김진중 부사장


"아홉살 때 동네에서 놀다보니 한쪽에 버려진 컴퓨터가 잔뜩 있는 거예요. 집에 가져가서 조립해보니 작동이 되더라고요. 그때부터 컴퓨터에 푹 빠졌죠."
 
한글트위터 애플리케이션 '파랑새'를 개발한 김진중 블로그칵테일 부사장(33·사진)이 컴퓨터와 인연을 맺은 계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9세 때 우연히 만지게 된 '애플2' 컴퓨터와 베이직 책자로 혼자서 프로그래밍 실력을 쌓아온 그는 이내 '컴퓨터 박사'로 통했다.
 
"너무 재미있었어요. 컴퓨터 잡지에 나온 소스코드를 따라 만들어보고 그림을 그리는 간단한 프로그램을 직접 짜보기도 했어요. 집안이 넉넉하진 않았지만 초등학교 6학년 때 부모님이 AT컴퓨터를 사주셨죠. 당시엔 상당히 고가의 컴퓨터였죠."
 
'컴퓨터 키드'였던 김 부사장이 선택한 대학전공은 전산통계학. 그러나 그는 중도에 대학을 그만뒀다. "방학 때 과친구들에게 프로그래밍 강의를 했어요. 어릴 때부터 컴퓨터를 다룬 저에게 대학수업은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못했죠. 굳이 졸업할 필요도 못느꼈습니다."
 
김 부사장은 대학3학년 때 휴학하고 기업에 들어가 개발일을 시작했다. 그러다 2004년 2명의 친구와 의기투합해 메타블로그서비스인 '올블로그'를 선보였고 2006년 초에 지금의 블로그칵테일을 창업했다.
 
블로그칵테일은 24명의 직원을 둔 어엿한 벤처기업이고 그는 이 기업을 이끄는 경영진이지만 그에겐 늘 '대학중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개발프로젝트를 수주할 때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베테랑이라도 졸업장이 없으면 단가가 싸져요. 정부의 벤처인증을 받았는데도 화려한 학위들이 필요하고요. 뭐 다른 기준이 없으니 이해는 가면서도 좀…."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 학위를 취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법한데 김 부사장은 "졸업장을 따기 위해 다시 대학에 가고 싶진 않다"고 잘라말한다. 자신의 실력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 '파랑새' 앱 초기화면↑ '파랑새' 앱 초기화면
사내에서 개발을 담당한 김 부사장은 최근들어 미래사업의 방향을 모색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08년 말부터 시험삼아 모바일앱 개발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클레이지 플라이트' '킬앤트' 등 간단한 게임을 중심으로 매달 1개씩 6개의 앱을 애플 '앱스토어'에 올렸다. '킬앤트'는 미국 앱스토어에서 200위 안에 진입하는 성과를 올렸지만 사실 김 부사장이 개발한 앱 가운데 가장 널리 이용되는 것은 바로 '파랑새'다. 김 부사장이 회사와 별개로 개인적으로 개발해서 '앱스토어'에 올린 '파랑새'는 현재까지 다운로수건수가 15만건에 달한다. 국내에서 '아이폰'으로 트위터를 이용하는 사람치고 '파랑새'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그러나 사실 '파랑새'는 김 부사장이 자기 자신을 위해 만든 앱이다. "트위터를 이용하다보니 '아이폰'이 국내에 시판되면 필요하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 3주 만에 만든 것이 '파랑새'"라고 말하는 김 부사장은 "'파랑새'는 무료라서 돈은 못벌지만 워낙 많은 사람이 이용하다보니 회사브랜드를 높이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며 흐뭇해했다.
 
어릴 때부터 '애플' 컴퓨터를 만진 덕분에 김 부사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애플 마니아'가 됐다. '아이패드'가 미국에서 출시되자마자 미국에 있는 지인을 통해 곧바로 구입하는 등 애플의 신제품은 모조리 섭렵해야 직성이 풀린다고.
 
스마트폰시장이 확대되면서 모바일앱시장이 덩달아 커지는 데 대해 김 부사장은 "앱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 앞으로 개인 개발자보다 팀 단위의 개발조직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며 "단순 앱보다 서비스 형태의 앱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너무 어렸을 때부터 개발일을 해서 그런지 사실 개발에 대한 감흥은 크지 않아요. 숨쉬는 것처럼 일상화돼 있다고 할 수 있죠. 이제부터는 사람들이 재미있어 하고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싶어요."
 
개발자들 사이에선 이미 '대단한 실력가'로 통하는 그에게 대학졸업장은 이제 한낱 종잇장이 돼버렸다. 대학을 중퇴하고도 전세계 개발자들 사이에서 롤모델로 추앙받는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처럼, 한국땅에서 대학졸업장을 무색하게 만들어버릴 수 있는 '성공신화'를 써내려가기 위해 오늘도 그는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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