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표는 이 말 한마디로 혼전양상이던 대전시장 선거 판세를 깔끔하게 정리했다. 최대 격전지인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승리를 굳혔다.
그런 박 전 대표가 이번 지방선거에선 사라졌다. 여전히 '차기' 0순위 주자로 꼽히지만 전국적인 선거판에선 자취를 감췄다. 박 전 대표는 선거 시작 전부터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에 머물다 최근 달성군수 선거에 나선 이석원 한나라당 후보 지원 유세에만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선거판에서 '실종'된 건 박 전 대표만이 아니다. 다른 차기 주자들의 모습도 그닥 눈에 띄지 않는다. 한나라당에선 박 전 대표와 대선 경쟁구도를 벌이고 있는 정몽준 대표가 여름 전당대회를 앞두고 선거 지원유세에 '올인' 하고 있지만 그리 비중이 커 보이지 않는다.
야권에선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바람몰이에 나선 정세균 정동영 손학규 등 민주당 '차기' 트로이카의 존재감도 약하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나 이번 선거에 직접 뛰어든 심상정 노회찬 진보신당 전·현 대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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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엔 방한한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 천안함 사태 국제공조를 논의했다. 오는 28일 한중일 정상회담 일정을 고려하면 6월2일 선거일까지 계속 이슈의 중심에 설 것으로 보인다. '차기' 대신 '현역'이 여전히 선거 판세를 쥐락펴락하는 모양새다.
차기 주자들로선 속이 쓰릴 수밖에 없다. 정권 중반기를 넘어가면 으레 '차기'는 누구냐에 관심이 쏠리기 마련이고 이들에게 지방선거만큼 좋은 무대나 시험장은 없다.
지방선거는 전국선거인 데다 지역 민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자치단체장에 '자기 사람'을 심을 기회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박 전 대표만이 아니라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 손학규 당시 경기지사,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도 음으로 양으로 선거정국에 뛰어든 것도 이런 이유였다. 당시 정치권엔 "지방선거가 아니라 차기 주자들의 평가전 같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올 초 세종시 문제에 이어 천안함 사태가 터지면서 차기 주자들이 선거정국 전면에 나설 타이밍을 놓쳤다"며 "당내 경선 등 일정을 고려하면 사실상 대선이 1년반 정도 남은 상황에서 차기 주자들로선 안타까움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인사는 "특히 박 전 대표의 경우 현재까지 판세로 봐 한나라당이 승리하거나 예상 밖으로 선전하기만 하더라도 이번 선거 지원에 대한 아쉬움이 적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