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한명숙 '후끈' 달아오른 유세

머니투데이 김한솔,박성민 기자 2010.05.26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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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한명숙 '후끈' 달아오른 유세


서울시장 자리를 두고 격돌 중인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와 한명숙 민주당 후보의 유세전 경쟁이 치열하다.

두 후보는 26일 서울 곳곳에서 거리 유세를 펼치며 지지를 호소했다. 지방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바짝 다가온 만큼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접전이 펼쳐지고 있다. 두 후보의 유세전을 동행 취재했다.

◇오세훈 "열심히 할 수밖에"= 오세훈 후보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모습이었다. 선거운동 7일째를 맞는 26일 오 후보는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녔다. "선거는 상대후보를 보고 하는 게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게 오 후보의 생각이다.



오 후보는 이날 첫 유세현장으로 강남에 위치한 유명 산부인과 병원을 찾았다. 여성의 출산과 보육문제에 눈높이에 맞춰 '보육걱정 없는 서울'을 만들겠다는 생각에서다. 맞벌이 주부의 육아부담을 덜어주는 내용의 '이웃엄마 육아서비스' 공약도 발표했다. 1일, 1현장, 1정책·메시지 캠페인'의 일환이다.

오 후보는 신생아실에서 만난 한 산모가 "셋째까지 낳을 예정"이라고 하자 "많이 낳을수록 혜택이 커질 것"이라며 "아이를 많이 낳는 걸 후회하지 않도록 해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10여 명의 산모와 마주앉아 이날 발표한 공약을 설명했다. 0~12개월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도우미를 파견하는 내용이다.



이원경(34)씨는 오 후보의 공약 설명을 듣고 "경제 정책에 비해 보육문제는 비중이 작을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섬세하게 준비한 것 같아 놀랐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이어 동서울 버스터미널과 용산역 광장을 찾아 구청장·시의원 후보와 함께 공동 유세전을 폈다. 오 후보는 이 자리에서 "비전을 꿈이 아닌 현실로 만들겠다"며 "한나라당 후보를 뽑아줘야 서울 시정을 더 잘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용산역에서 만난 시민들과는 즉석에서 '정책간담회'를 여는 '센스'도 보였다. 한 60대 시민은 오 후보에게 "노인을 위한 지하철 카드를 만들어 달라"며 "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 후보는 "그러겠다"면서 반갑게 손을 내밀었다.


오 후보는 부대로 복귀하는 군 장병들을 만나자 부재자 투표를 부탁하기도 했다. 한 장병과는 모자를 바꿔 쓰며 "필승"을 외쳤다.

다음 유세 현장으로 이동 중 오 후보에게 "서울시장 재선에 왜 도전했냐"고 물었다. 오 후보는 "서울의 미래를 위해서"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지난 19일 방송토론에서 한명숙 민주당 후보에게 '서울의 미래를 사랑하냐'고 물은 것도 한 후보에게서는 미래 비전을 읽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명숙 "힘들어도 시민이 힘"= 26일 오전 8시 지하철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 앞. 가뜩이나 혼잡한 출근길… "왜 길을 막고 난리야" 어떤 이는 한껏 짜증을 냈다. 심드렁한 표정으로 눈길 한 번 안 주고 지나치는 사람도 있었다. 한시가 바쁜 출근길 시민들에게 눈도장 찍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산전수전 다 겪은 한명숙 후보가 이를 모를 리 없지만 출근길 인사는 선거 필수 코스다. 눈인사 한 번 건네고 손 한 번 잡는 '맨투맨' 방식은 표로 연결되든 안 되든 후보자의 진정성이 직접 전달되기 때문이다.

지리한 법정공방 때 체력은 이미 소진됐다. 연이은 유세 강행군에 지칠대로 지친 한 후보는 정신력 하나로 버티고 있다. 올해 66세. 재야인사 시절부터 쌓은 만만찮은 내공이 아니었다면 진작 쓰러졌을 지도 모른다.

시민들의 환호와 환대가 한 후보를 지탱해 주는 힘이다. 연신 'V자'를 그리며 "기호 2번"을 외치자 "사진 찍어요!"라며 휴대전화 카메라를 들이대는 시민, "실제로 보니 얼굴이 정말 훤하네" 반대편에서 주행하다 버스 앞문을 열고 인사를 건네는 버스운전사, 정지신호를 틈 타 잽싸게 창문을 내린 뒤 "한 후보님! 여기도 좀 봐 주세요"라며 악수를 청하는 또 다른 버스운전사… 모두 한 후보의 힘으로 축적됐다.

이종석(46. 서울 구로구)씨는 "이번 선거에 썼으면 싶은 아이디어를 몇 개 적어봤다"며 직접 쓴 쪽지를 건넸다. 쪽지에는 "정치에 도가 없는 무도정권, 안보에 무능한 무능정권, 정권유지에만 관심 있는 무모한 정권"이라고 적혀 있었다.

한 후보는 이날 오후 3시 금천구 은행오거리 거리 유세에서도 시민의 힘을 절감했다. 한여름처럼 뜨거운 햇살 아래 삼삼오오 시민들이 몰렸다.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어서 나왔다" 아이를 업고 나온 주부도 있었다. 한 후보는 "중산층은 서민으로 내려오고 서민은 먹고살기 힘들어서 몰락하고 있다"며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6.2 지방선거에서 지지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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