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 리스크에 1년전 카드 다시 꺼내나

머니투데이 박영암 기자 2010.05.2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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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스와프 외평채 발행 재검토

지난 20일 천안함 침몰 조사 발표 후 채 일주일도 안 돼 원/달러 환율이 84.8원(7.3%) 급등하자 외환당국이 당황하고 있다. 겉으로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과 남유럽 재정위기로 원/달러 환율이 오를 이유가 있어서 오르는 거"(김익주 재정부 국제금융국장)라며 애써 태연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의 트라우마(정신적 외상)가 재연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 대응책 마련에 적극 나섰다.

◆ "통화스와프 체결 재검토" = 25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정부는 천안함 사태와 남유럽 재정위기로 외화유동성이 경색될 경우를 대비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사용했던 카드를 다시 만지작거리고 있다.



정부는 당시 외화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 통화스왑(미국 일본 중국) △ 외화지급보증 △ 30억 달러 외평채 발행 △ 글로벌국채지수(WGBI) 가입 △은행 외화차입 지급보증 등을 잇달아 발표했다. 이들 카드로 지난해 3월 1597원까지 치솟던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를 되돌리는 데 성공했다.

원/달러 환율이 25일 장중한 때 1277.0원까지 급등하자 재정부 일각에서는 통화 스와프 계약을 다시 추진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4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이 2789억 달러에 달하고 시중은행의 외화유동성 비율(3개월 이내 외화자산/외화부채)이 109.2%로 지도비율을 상회하고 있지만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자는 취지에서다.



재정부 관계자는 "하루 이틀 환율이 급등했다고 성급하게 논의해서는 안되지만 지난 4월 말 한ㆍ일 통화스와프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던 당시와 달리 유럽 재정위기에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안정적인 외화유동성 확보차원에서 재추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상수지 흑자와 외국인 증권자금유입으로 원화의 급격한 절상을 고민했던 1분기와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는 설명이다.

한국은행은 주요20개국(G20) 의장국으로서 양국간 통화스와프보다는 다자간 통화스와프 협정추진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금융안정망 구축차원에서 다자간 통화스와프를 선호한다는 전언이다.

◆ "'길닦기' 성격 외평채 발행 검토" = 외평채 발행도 외환시장 안정 대책의 하나로 검토되고 있다. 당장 외화 유동성을 조달하는 목적보다는 시중은행이나 국내 기업의 외화조달 여건을 조성해 주자는 취지에서 발행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광업진흥공사의 성공적인 외화표시 채권발행으로 국내은행이나 공기업이 국제자본시장 진입하는 데는 아직 어려움이 없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시중은행이나 국내 (공)기업의 해외채권 발행을 간접 지원하기 위한 '길닦기' 성격의 외평채 발행은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올해 20억 달러 이내에서 외평채를 발행할 수 있다. 지난해 한도인 60억 달러의 1/3 수준이다. 지난해 정부는 60억 달러 한도 중 4월에 30억 달러를 발행한 후 외화 유동성 사정이 개선되자 나머지 잔액은 발행하지 않았다.

한편 지난 16일 광업진흥공사는 3억달러 규모의 달러표시 채권(만기 5년, 금리4.234%)을 발행했다. 당초 투자자들에게 제시했던 미국채(T)+210bp'보다 낮은 수준이다.

◆ WGBI, MSCI 가입여부는 불투명 = 한편 재정부가 외화 유동성 확충을 위해 추진했던 WGBI의 6월중 가입여부는 불확실하다. 재정부는 지난해 외화유동성 확충을 위해 외국인 이자소득세 원천징수 면제 등 외국인의 국내채권투자 환경을 정비했다. 또한 이를 통해 한국채권시장의 WGBI의 올 6월중 가입을 추진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WGBI 가입을 위해 특별히 내놓을 방안은 없지만 외국인들의 국채 순매수 기조를 유지할 수 있게 다각도로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재정건전성 강화로 국채 원리금 지급여력을 높이고 국채 유통시장 활성성를 통해 외국인 순매수를 유지하겠다는 설명이다.

해외차입시 정부의 은행지급 방안도 활용될 수 있는 카드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정부는 외화유동성 조달을 위해 은행권의 외화부채에 대해 1000억 달러 한도 내에서 지급 보증했다. 하지만 실제 지급보증은 하나은행의 지난해 상반기 12억 달러에 그쳤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 리스크가 주가와 환율 금리 등 가격변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지만 과거 전례를 볼 때 단기 악재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며 "향후 외화유동성 동향을 지켜보면서 시나리오별로 대응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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