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환율상승 장기화대비 외화유동성 관리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김지민 기자 2010.05.25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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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은 괜찮지만 각별한 관리 필요"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면서 은행권 외화 유동성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은행들은 자금 담당 임원들이 주관하는 비상 회의를 수시로 소집, 이번 금융시장 패닉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며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은행들은 일단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금을 보수적으로 관리하고 있어 당장 큰 문제는 없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금융계에선 이번 위기가 장기화 될 경우 은행권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나은행 자금부 유용선 본부장은 "이번 위기가 오기 전에 5억 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좋은 조건에 마련했고, 해외에서 계속 자금을 써달라는 분위기다"며 "지난해 키코 사태 이후 더욱 깐깐하게 관리하고 있어 별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최근 유럽 일부 금융회사 등이 가지고 있던 차입금을 청산했다.

우리은행 역시 위기에 대비, 자금 관리를 보수적으로 해 온 터라 별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 자금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부터 시장 변동성을 예의 주시하면서 자금 운용을 해왔다"며 "시장이 갑자기 혼란스러워져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태는 유럽 금융위기와 대북 리스크로 나타난 일시적인 충격일 것"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곧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은행들은 이처럼 이번 위기가 외부 변수에 의한 일시적인 성격이 짙다는 관측이다. 게다가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등을 두 차례 겪은 터라 내부 리스크 관리로 큰 혼란은 없다는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자금관리 고위 관계자는 "환율이 과도하게 오른 측면이 있지만 은행이 대응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 한다"며 "은행권 외화유동성이 풍부한 상태이기 때문에 당장 대책을 강구할 필요성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장기화될 경우 대책을 강구해야겠지만 지금 상황만 보고 시장에 나간다는 것은 무리다"며 "이번 위기 상황이 확산되지만 않으면 1회성으로 끝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다. 은행들의 솔직한(?) 걱정도 그 부문이다.

이상배 외환은행 외환운용팀 부장은 "유럽 쪽 위기도 계속 될 것으로 보이고 우리나라도 이전 정부와는 다른 차원으로 움직이고 있어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것 같다"며 "(환율 상승이)쉽사리 1회성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환율이 판이 바뀌는 상황에 있는 것으로 보고 기업은 물론 개인들의 셀 물량도 많이 줄었다"며 "은행도 자체적으로 유동성 부분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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