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수사기관 추적피한 선거사범 도피 인정"

머니투데이 김성현 기자 2010.05.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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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가 수사기관의 출석요구에 단순 불응하는 것을 넘어 의도적으로 수사기관의 검거·추적으로부터 벗어났다면 도피 행위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200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를 비방하는 글을 인터넷에 게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김모(45)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김씨는 2007년 9월부터 10월 사이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낭만객'이라는 닉네임으로 이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의 글을 12차례에 걸쳐 게재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경찰은 2007년 11월부터 김씨에게 전화와 우편으로 수차례 출석 통보를 했으나 김씨가 이에 불응하자 체포영장을 발부한 뒤 지명수배했다. 하지만 김씨는 2008년 3월 사전통지없이 주거지를 옮기는 등 수사에 불응하다 지난해 5월 불심검문을 통해 체포됐다.



김씨의 공소시효는 원래 "선거일 후 6개월까지로 한다"는 공직선거법 규정에 따라 선거일인 2007년 12월19일부터 다음해 5월까지였다. 하지만 검찰은 "범인이 도피한 경우 공소시효는 3년"이라는 단서 조항을 근거로 김씨를 지난해 9월 기소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피의자에게 당연히 수사기관에 출석할 의무가 인정되는 것이 아닌 이상 단순히 출석요구에 불응했다는 점만으로는 김씨가 도피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공소를 기각했다. 김씨가 도피했다고 단정할 수 없는 만큼 공소시효를 3년으로 할 수 없고 기소 당시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반면 대법원은 "김씨가 담당 경찰관으로부터 최종 출석통보를 받은 무렵 단순히 수사기관의 소환에 응하지 않는 것을 넘어 수사기관의 검거·추적으로부터 벗어난 사실이 인정된다"며 "수사와 재판 등 형사사법의 작용을 곤란 또는 불가능하게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따라서 원심이 김씨에게 도피의사 있었다거나 김씨가 도피상태에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데에는 공소시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2심 재판부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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