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지방선거? 중앙선거?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0.05.24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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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지방선거? 중앙선거?


#.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멋쩍은 상황을 겪었다.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있었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몇몇 추도객으로부터 야유를 받았다. "돌아가라" "선거 때 보자"는 외침이 울렸다. 정치인 노무현일 수밖에 없는 전직 대통령의 추도식에서 그에게서 정권을 '뺏은' 집권여당의 원내대표는 불청객이었던 셈이다. 김 원내대표는 결국 '외진' 자리에 앉아 고인을 기려야 했다.

한달 전 문재인 노무현재단 상임이사는 "추도식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도 안 되고 효과를 볼 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날 추도식에서 이런 다짐은 지켜지기 어려웠다. 한명숙 유시민 안희정 이광재 김두관 등 6·2 지방선거에 나선 '노무현의 사람들'이 추도식 자리를 메운 것부터가 그랬다. 그렇다고 참석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이들이 눈시울을 붉히는 장면은 마을 곳곳에 걸린 "노무현의 뜻을 잇겠다"는 글과 함께 전국에 방송됐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추도식 전 마을 어귀에서 야5당 대표와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힘과 뜻을 모아 달라"고 말했다.



#. 하루 뒤인 24일엔 이명박 대통령의 천안함 침몰 관련 대국민담화문을 두고 "선거용"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등 야권은 "급하지도 않은 담화문을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다음날 발표한 것은 북풍으로 노풍을 막겠다는 여권의 선거전략"이라고 비판했다.

한달 전 이 대통령이 여야 3당 대표와의 청와대 오찬 회동에서 "천안함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으려고 신중하게 하고 있으니 야당에서도 그 점을 분명히 인식해주기 바란다"고 말했지만 이런 수순은 '예정'된 것이었다는 시각이 많다. '천안함'은 어쨌든 선거판을 흔들 최대 변수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천안함 사태 이후 2달 가까이 동안 한나라당이 '애국 마케팅'에 주력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천안함 이슈를 선거와 여야를 초월해야 하는 국가안보 이슈로 규정짓고 국민들에게 홍보할 필요가 있다" "노풍이 확산되지 않도록 세간의 관심을 다른 이슈로 전환시키기 위한 정책이슈개발 등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한나라당 종합선거상황실 내부문건도 공개됐다.



# 선거를 9일 앞둔 유권자들은 혼란스럽다. 지역 정책과 지방 민심은 사라지고 북풍과 노풍이 선거판을 휩쓰는 형국이다. 이념과 성향에 따라 여냐 야냐, 친MB(이명박)냐 친노(노무현)냐를 강요받는 상황이 된 셈이다.

여론조사 결과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선거 승패가 어떻게 나올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이대로 지방선거가 중앙선거로 치러진다면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바람몰이'의 피해가 누구에게 돌아갈지는 뻔하다. 이런 악순환을 끊어내는 것은 결국 유권자의 한표 한표다. 그렇지 않으면 6월2일은 '민심 패배의 날'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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