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 문재인 노무현재단 상임이사는 "추도식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도 안 되고 효과를 볼 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날 추도식에서 이런 다짐은 지켜지기 어려웠다. 한명숙 유시민 안희정 이광재 김두관 등 6·2 지방선거에 나선 '노무현의 사람들'이 추도식 자리를 메운 것부터가 그랬다. 그렇다고 참석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이들이 눈시울을 붉히는 장면은 마을 곳곳에 걸린 "노무현의 뜻을 잇겠다"는 글과 함께 전국에 방송됐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추도식 전 마을 어귀에서 야5당 대표와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힘과 뜻을 모아 달라"고 말했다.
한달 전 이 대통령이 여야 3당 대표와의 청와대 오찬 회동에서 "천안함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으려고 신중하게 하고 있으니 야당에서도 그 점을 분명히 인식해주기 바란다"고 말했지만 이런 수순은 '예정'된 것이었다는 시각이 많다. '천안함'은 어쨌든 선거판을 흔들 최대 변수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천안함 사태 이후 2달 가까이 동안 한나라당이 '애국 마케팅'에 주력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천안함 이슈를 선거와 여야를 초월해야 하는 국가안보 이슈로 규정짓고 국민들에게 홍보할 필요가 있다" "노풍이 확산되지 않도록 세간의 관심을 다른 이슈로 전환시키기 위한 정책이슈개발 등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한나라당 종합선거상황실 내부문건도 공개됐다.
여론조사 결과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선거 승패가 어떻게 나올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이대로 지방선거가 중앙선거로 치러진다면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바람몰이'의 피해가 누구에게 돌아갈지는 뻔하다. 이런 악순환을 끊어내는 것은 결국 유권자의 한표 한표다. 그렇지 않으면 6월2일은 '민심 패배의 날'이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