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銀과 저축銀, 엇갈린 역할 엇갈린 운명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2010.05.25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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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역할에 충실해 튼튼한 이익 챙기는 게 중요

전북銀과 저축銀, 엇갈린 역할 엇갈린 운명


# 외환위기 이후 조직은 흔들렸다.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싶었다. 거품 있는 시장예금과 지나친 거액 여신을 줄였다. 위험이 큰 투자은행(IB) 업무와 파생상품은 거들떠도 안 봤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광풍에 휩쓸리지도 않았다. 맹목적인 영토 확장도 포기했다. 뒤끝이 좋지 않다는 걸 외환위기에서 배웠다. 출혈이 큰 덩치 키우기를 지양했다.

새로운 수익원이 필요했다. 근거지인 지역으로 눈을 돌렸다. 무리한 수익성을 쫓기보다 내실경영에 주력했다. 차별화된 상품을 찾았다.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다. 지역 밀착 영업이었다. 서서히 작지만 강한 조직으로 탈바꿈 했다. 금융위기에 이런 영업은 빛을 발했다. 지난해 거둬들인 순익이 529억 원이었다. 올 1분기에만 173억 원을 벌었다.



어느 저축은행 얘기가 아니다. '한국판 산탄데르'로 불리는 전북은행 (0원 %) 얘기다.

# 어느 날 보기 좋은 떡이 뚝 떨어졌다. 이자수익이 매우 컸다. 4~5년간 손쉽게 돈을 벌었다. PF 대출이었다. 파생상품 투자도 욕심을 냈다. 무분별한 자산 확대에 나섰다. 일부는 지방은행보다 자산이 많아졌다. 덩치는 공룡이 됐는데 수익성은 뒷걸음질 쳤다. 건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탓이다. 몇 곳은 부실로 정리돼야 할 판이다.



원래는 소매금융이 무기였다. 한정된 지역에서 예금 받아 대출해줬다. 특화상품으로 잘 할 수도 있었다. 사실상 본업도 팽개쳤다. 카드대란 당시 30%를 웃돌던 소매금융비중이 10%대로 떨어졌다. 카드대란 후유증 탓도 있다. 근본적인 원인은 탐욕이었다. 수익 다각화가 오히려 화근이 됐다. 뒤늦게 본업에 눈을 돌리고 있는데 상황이 녹록치 않다. 경쟁력이 떨어진 탓이다. 연체율이 대부업체보다 높다. 고객에 대한 상세분석 역량이 떨어진다.

어느 지방은행 얘기가 아니다. PF로 고전하고 있는 저축은행들 얘기다.

"저축은행이 할 일을 전북은행 (0원 %)이 하고 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던진 말이다. 서민과 중소기업 금융 편의를 위해 설립된 지역 금융회사가 저축은행이다. 거래 고객만도 500만 명에 육박한다. 그런데 역할이 뒤바뀌었다는 의미다.


저축은행이 갈림길에 놓였다. '수익이냐, 안정이냐'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뾰족한 경영 비법 찾기도 쉽지 않다. 이럴 때 일수록 욕심내지 말고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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