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25시]'스폰서 검사' 미궁에 빠지나

머니투데이 배혜림, 김성현 기자 2010.05.24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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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폰서 검사' 의혹에 대한 실체 규명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제보자 정모(51)씨가 조사를 거부하고 있는데다 특별검사제 본회의 상정이 무산되면서 진상규명위원회가 진퇴양난에 빠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실체 규명이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냐는 비관적인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의 무책임한 특검 논의
여야는 지난 14일 특별검사제를 도입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이를 두고 실체 규명을 위한 정치권의 노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6·2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여야가 정략적 결단을 내린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야당은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의 수사 부당성과 검찰의 도덕성 문제를 결부시키기 위해, 여당은 권력기관의 부패와 선긋기를 하면서 진상규명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야합을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었다.

정작 19일 특검법안 국회 본회의 상정이 무산되면서 문제는 더 복잡해졌다. 선거 일정을 감안하면 특검법안 상정은 6월 중순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특별검사 임명까지 걸리는 시간을 계산하면 특검이 출범하기 전까지 2개월 가량 남은 셈이다. 진상규명위와 진상조사단으로서는 특검 도입을 앞둔 상황에서 조사를 계속하기도 손을 놓기도 애매한 상황이 됐다. 일단 규명위와 조사단은 조사를 계속하기로 가닥을 잡았지만 실체를 제대로 규명할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규명위, 대질심문과 제도개선안에 주력
이에 따라 특검이 도입되기 전까지 진상규명위의 시한부 조사 활동이 계속되고 이후에는 특검이 이어받는 형국이 됐다. 규명위와 조사단은 특검 논의가 공회전을 거듭함에 따라 구체적인 진상 규명을 위한 대질심문과 제도개선안 마련에 주력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정씨가 검찰 측 조사단의 조사를 거부하고 있는 만큼 규명위는 민간위원들을 다음주초 부산구치소로 내려보내 정씨를 설득하기로 했다. 규명위 대변인 하창우 변호사는 "대질심문 없이 조사를 마무리하면 판단에 오류가 생길 수 있다"며 "대질심문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간위원들은 규명위 활동이 공소시효와 관계없는 직무감찰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반면, 특검은 기소가 목적이기 때문에 규명위에 협조하는 것이 관련자 징계에 더 효과적이라는 점을 들어 정씨를 설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규명위는 박기준 부산지검장 등이 정씨의 진정·제보 사건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대질심문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박 지검장 등의 직무유기 혐의를 입증할 경우 징계나 처벌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성 접대 의혹의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규명위로서는 이 부분을 반드시 입증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특검 조사에만 협조하겠다는 정씨의 입장이 완강해 실제 대질심문이 이뤄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와 함께 규명위는 검찰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하 변호사는 "검찰 문화, 감찰권, 제도, 인사 문제까지 토론을 통해 계속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중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감찰과 인사 부분이다. 부패를 예방하고 시시비비를 명확히 가리기 위해서는 감찰 부분을, 기득권 논란의 핵심인 검사 동일체 원칙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인사 부분을 개혁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규명위는 현재 검찰 인사에 민간인이 참여하는 인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검찰청이 현재 자체 재도 개선안을 마련 중인 상황이어서 규명위가 실효성 있는 제도개선안을 마련하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특검의 한계
특검이 출범하더라도 수사 범위가 형사처벌 대상으로 국한될 가능성이 높아 실체 파악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형법에 따르면 수뢰액이 3000만원 미만인 경우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고 공소시효는 7년이다. 또 수뢰액이 3000만원 이상 5000만원 미만인 경우 적용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공소시효는 10년이다. 2000년 이전 뇌물 혐의에 대해서는 처벌이 아예 불가능하고 2003년 이후 혐의에 대해서는 뇌물 액수가 3000만원 이상인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는 셈이다.

성 접대 의혹 역시 2003년 이전 부분에 대해서는 당시 관련 법 규정이 없어 처벌이 불가능하고 2004년 이후 성 매수사범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1년이어서 결국 지난해 성 접대 의혹에 대해서만 처벌이 가능한 상황이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특검이 도입되면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의혹에 대해서만 수사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렇게 되면 '반쪽짜리 특검'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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