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입대 대신 노역장 선택, 병역기피로 볼 수 없어"

머니투데이 류철호 기자 2010.05.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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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벌금형을 선고받은 뒤 납부 능력이 없다며 노역장에 들어가 군 입대를 회피한 혐의(병역법 위반)로 기소된 박모(35)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박씨가 공익근무요원 소집 통지에 불응한 것은 검사의 명령에 의해 노역장 유치가 이뤄졌기 때문으로 정당한 사유가 있다"며 "박씨가 검찰청에 찾아가 벌금을 납부할 수 없다는 이유로 노역장 유치를 요청한 사실만으로 병역을 기피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박씨는 1996년 첫 입영통지를 받고 2006년 5월까지 10년간 대학과 대학원 진학, 장교시험 및 사법시험 응시 등의 이유로 7차례에 걸쳐 입영을 미뤘다. 이후 사기죄로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은 그는 2007년이 되면 31세로 제2국민역에 편입되는 점을 알고 2006년 8월 검찰청을 찾아가 "벌금을 미납했으니 노역장에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박씨는 이듬해 1월까지 구치소에 수용돼 현역복무를 면했다.

이에 검찰은 "병역의무를 기피할 목적으로 도망쳤다"며 박씨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고 항소심 재판부인 부산지법은 이를 인정해 박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벌금형 확정판결을 받고 납부하지 못한 이가 비록 병역을 기피할 목적이 있었다고 해도 형 집행기관에 자진 출두해 노역장 유치를 받은 것은 병역법상 처벌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원심을 파기,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고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병역법 제86조는 병역의무를 기피하거나 감면받을 목적으로 도망하거나 행방을 감춘 때 또는 신체소상 등을 한 때는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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