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140자로 비상하는 손정의

머니투데이 정희경 통합뉴스룸 부장(부국장대우) 2010.05.21 07:19
글자크기
"트위터(앱)가 없으면 휴대폰이 아니라고 여기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최근 트위터앱(애플리케이션)을 기본으로 설치한, 새 휴대폰(일명 '트위터폰') 출시계획을 발표하면서 던진 말이다.

손 회장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트위터를 확인하고 사무실에선 물론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대표적인 트위터 매니아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그는 욕조에서도 '아이폰'을 지퍼락백에 담아 할 정도다.



손 회장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트위터가 삶과 생활방식을 바꿔놓았다"며 "사업차 시작했지만 지금은 즐거움에 푹 빠져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직원이나 팔로어들이 보낸 글에 자주 답을 하고, 상품설명이나 신규 서비스계획 공개도 트위터를 통한다. 이에 힘입어 트위터 세상에서 인기도를 가늠하는 팔로어수가 29만명을 넘어섰다.

트위터는 140자 이내 글을 PC나 스마트폰을 통해 올리거나 볼 수 있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로 전세계 가입자가 1억명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우 짧은 메시지 송수신서비스가 이처럼 확산되는 것은 나름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트위터 3D론'이 거론된다. 과정을 생략하고 핵심에 도달하는 직접성(Direct), 의사소통이 매우 빠른 역동성(Dynamic), 특정한 주제가 아닌 세상의 모든 주제를 다루는 다양성(Diversity) 등 3가지 특성이 트위터 이용자(트위터리안)를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국내 한 트위터리안은 "(포털의) 검색서비스는 내가 뭘 모르는지 알고(?) 있을 때 이용한다. (트위터와 같은) 소셜서비스는 내가 뭘 모르는지 알고 싶을 때 이용한다. 사람은 자신이 뭘 모르는지 잘 모를 때가 많다. 그래서 소셜서비스가 성장하는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손 회장이 트위터에 깊이 빠져든 데는 재미도 있겠지만 자신의 회사를 키워준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일본의 트위터 인구는 지난해 4월 52만1000명에서 올 3월말 752만명으로 15배 급증했다. 특히 인터넷 이용자 가운데 트위터리안 비율(도달률)은 12.3%로, 미국의 10.2%를 제쳤다. IT분야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진 것으로 인식됐던 일본에서 트위터리안이 빠른 속도로 늘어난 데는 손 회장과 같은 열성 팬이 큰 역할을 했는데, 그가 이끄는 소프트뱅크가 이 과정에서 수혜를 입는다는 게 현지의 분석이다.

소프트뱅크는 NTT도코모와 KDDI에 이은 일본 3위 이동통신사업자. 지난 분기 가입자당 매출의 경우 도코모 등 1, 2위 업체들이 줄어든 반면 소프트뱅크는 늘어났다. 이유는 간단했다. 소프트뱅크가 독점 공급하는 '아이폰' 가입자와 함께 데이터 이용 수익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일본 트위터리안 가운데 휴대폰을 통해 트위터를 하는 이들이 44% 달한다는 조사 결과를 보면 손 회장의 트위터 사랑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미국에서 지난해 휴대폰의 데이터이용량이 음성통화량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나 스마트폰에 중점을 둔 소프트뱅크의 전략이 계속 효과를 볼 가능성이 높다. 실제 일부 애널리스트는 도코모의 영업이익이 3년내 업계 2위 KDDI를 앞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손 회장은 이동통신시장에 어렵게 진출할 당시만 해도 실패할 것이란 우려를 샀는데, '손 안의 PC'인 스마트폰이 인기를 얻으면서 다시 비상할 기세다. 도코모나 KDDI가 안드로이드 기반의 소니에릭슨폰 등으로 스마트폰 경쟁에 적극 뛰어들고 있는 점은 변수지만 손안의 PC가 뜨는 세상에서 소셜 미디어의 잠재력이 가볍지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