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전문가들 "아이폰이 도청된다고?"

머니투데이 정현수 기자 2010.05.2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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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전문가들 "아이폰 도청은 현실적으로 어려움 많아"

스마트폰에 대한 해킹 우려가 증폭되고 있지만 과도한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은 일반적인 PC와 같기 때문에 언제든지 해킹 위협에 노출돼 있는 것이 오히려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가보안기술연구소가 지식경제부에서 아이폰 도청 시연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의 아이폰에 이메일 형태로 악성코드가 삽입됐고, 결과적으로 도청에 성공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보안전문가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아이폰의 시스템상 도청이 이뤄졌다는 사실에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지금까지 보고된 아이폰의 해킹 사례 중 시스템이 종료되거나 연락처가 삭제된 경우는 있었지만 도청까지 이뤄진 적은 없었다.

이처럼 아이폰의 도청이 어려운 이유는 아이폰의 운영체제(OS)가 멀티태스킹(한 번에 여러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것)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도청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바이러스가 해당 기기에 상주해 있으면서 활성화돼야 하는데, 멀티태스킹을 지원하지 않으면 바이러스도 작동하지 않는다. 애플이 아이폰 OS에 멀티태스킹을 지원하지 않은 것도 보안 위협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물론 예외는 있다. 사용자가 임의로 아이폰 시스템을 변경한 경우다. 이른바 '탈옥(jailbreak)'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탈옥된 아이폰은 멀티태스킹을 지원하게 된다. 따라서 언제든지 해킹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보안 위협을 감수하고 탈옥한 기기에 대해 해킹 여부를 논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익명을 요구한 보안 전문가는 "아이폰 도청에 성공했다면 이동통신망을 해킹해 통화 내용을 들었다기보다는 감청을 했다고 보는 것이 맞지만 이도 해당 아이폰이 탈옥됐거나 조작된 기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물론 지금까지 보고되지 않은 엄청난 신종 악성코드가 등장했을 수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 관계자도 "아이폰의 경우 도청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아이폰 도청을 시연했다는 기관을 상대로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이폰을 제외한 스마트폰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PC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PC가 언제든지 해킹될 수 있는 것처럼 스마트폰도 항상 해킹 위협에 노출돼 있다. 스마트폰 역시 일종의 PC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킹 위협 때문에 PC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되지 않듯 과도한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보안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오히려 보안 수칙을 잘 지키면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가능성으로만 따지면 세상의 모든 디지털기기는 해킹의 위협에 노출돼 있다"며 "보안 위험성이 있으니 예방하는 자세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위험만 부추기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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