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종합검사, 저축은행이 떤다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2010.05.19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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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업계가 바짝 긴장했다. 금융감독원에서 대형 저축은행들에 대한 고강도 종합검사를 실시하고 있어서다. 금감원은 그간 대형저축은행들의 대출채권 분류작업이 허술했다고 판단, 이에 대한 집중 점검을 천명했다.

19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다음 주부터 현대스위스저축은행에 대한 종합검사를 실시한다. 솔로몬저축은행, 제일저축은행, HK저축은행 등도 줄줄이 검사를 앞두고 있다.



이는 금감원이 연내 자산규모 2조원을 초과하는 10개 저축은행과 그에 속한 계열 저축은행들에 대한 종합검사를 모두 실시하기로 한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검사주기가 도래한 저축은행을 포함하면 약 50곳이 올해 금감원 검사를 받게 된다.

금감원은 이번 종합검사에서 각 저축은행들의 PF채권 분류 현황과 부실 PF채권 처분 방식에 대한 적정성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지난 3월 실시된 A저축은행에 대한 종합검사에서 이와 관련한 문제점이 상당부분 적발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A저축은행의 PF대출 잔액은 지난 3월말 현재 모두 4624억원. 이는 3개월 동안 약 900억원 급증한 수치다. 아울러 PF 연체율도 25.71%로 같은 기간 8.11%포인트 뛰었다. A저축은행은 대형저축은행 중 가장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던 곳으로, 이전까지 PF발 저축은행 위기에서 한발 비껴서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실제로 들여다보니 A저축은행의 채권 분류 방식에 상당한 문제점이 있었다"며 "PF채권인데도 이를 일반 부동산담보대출 채권 등으로 분류해 놓은 경우가 있어 이를 시정토록 했고, 그 결과 PF잔액이 늘고 연체율은 오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형저축은행들의 부실 PF채권 매각방식에도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게 감독당국의 판단이다. 대형저축은행들 중 상당수가 민간 자산운용사에 PF채권을 매각해 왔는데, 이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저축은행의 경우 계열 자산운용사에서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에 부실 PF채권을 매각한 뒤, 자산운용사로부터 수익증권을 넘겨받는 방식으로 부실채권을 처분했다. 이 경우 재무제표 상 PF대출채권은 감소하고, 같은 금액만큼 수익증권이 증가하게 된다. 이런 방식의 PF채권 처분은 '눈 가리고 아웅'과 다를 바 없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이 외에도 당국은 공개입찰을 거치지 않고 자산운용사와 부실채권 매각과 관련한 직거래를 한 경우, 리베이트 등 '은밀한 거래'의 소지가 상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이런 방식으로 PF채권을 처분한 사례가 적발될 경우, 관련 PF채권을 되사들이도록 조치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이후 이렇게 되사들인 PF채권을 자산관리공사(캠코)에 일괄적으로 매각토록 할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종합검사가 실시되면서 감춰져 있던 대형저축은행들의 부실이 상당부분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는 저축은행의 충당금 부담으로 이어져 실적 악화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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