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루이비통에 열광할까

머니투데이 이명진 기자 2010.05.1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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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진기자의 브랜드이야기]인천공항 입점설로 이슈가 된 루이비통

'3초백' '지영이백'. 루이비통 ‘스피디 모노그램 35’ (100만원 상당) 핸드백의 별명이다. 길거리에서 3초마다 하나씩 볼 수 있다 해서, 지영이라는 이름만큼 흔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여성들 사이에서는 소위 ’루이비통 지수’라는 체감경기를 표현하는 말도 있다. 전량 수입품인 루이비통의 가격은 환율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값이 올라 못 사고 원화가치가 올라가면 값이 내려 사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데서 유래한 여성들 사이의 속어다. 명품이지만 판매량이 만만치 않아서 여성 체감 경기 지수로까지 발전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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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가치 조사기관인 밀워드 브라운 옵티머(MBO)에 따르면 루이비통은 올해까지 5년째 내리 세계 최고의 명품 패션브랜드로 꼽혔다. 블룸버그통신에선 루이비통의 올해 예상 브랜드 가치를 지난해보다 2% 오른 198억 달러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포브스지 선정한 세계10대 명품 브랜드 가운데서도 루이비통은 2008년에 이어 작년에도 브랜드 가치 1위를 차지했다.

루이비통은 이처럼 선진국 여성들에게 선망의 대상인 명품 브랜드지만 한국에선 별명에서 알 수 있듯 대중적인 이미지도 함께 갖고 있다. 명품백이 주로 팔리는 주요 백화점마다 매출 순위 선두를 달린다. 한 백화점의 명품관에선 2등인 브랜드보다 2배 이상 많은 매출을 올린다. 이같이 명품브랜드로서 가치와 대중성을 동시에 누리는 브랜드는 찾아보기 힘들다.



루이비통 매장 전경루이비통 매장 전경
◇ '독특한 경영방식'과 '젊은 트렌드 흡수'= 루이비통이 이처럼 승승장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패션가에서는 ‘20대는 루이비통, 30대는 샤넬, 40대는 에르메스’라는 말이 있다. 루이비통은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에 만족하지 않고 제품군 안에서 젊은 층의 트렌디한 감성을 담아내는 데도 성공했다.

루이비통은 1998년 마크 제이콥스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한 후 새로운 트렌드 흡수에 과감성을 보였다.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 스테반 스프라우스와 협업을 진행해 성공을 거둔 후, 일본의 대표적 아티스트인 무라카미 다카시와도 협업을 시도해 대 성공을 거뒀다. 여전히 루이비통은 꼼 데 가르송, 소피아 코폴라 등 콜라보레이션(협업)을 시도하고 있으며 가장 먼저 패션계에 콜라보레이션 바람을 일으켰다.

또 최근에는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축구의 전설 지네딘 지단, 디에고 마라도나, 펠레를 모델로 기용했다. 그전에는 러시아 전 대통령 고르바초프와 마돈나 등 유명 인사들을 모델로 기용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루이비통은 대중적이면서도 강남 부유층이 동시에 좋아하는 유일한 브랜드"라며 "부유층 자제들이 즐겨 찾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루이비통의 수요층은 소득 상위1%가 아니라 거의 20% 정도까지 커버한다. 당연히 매출이 좋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업계 한 전문가는 "우리나라는 중산층이 상류층의 소비행태를 따라가려는 이른바 '베블렌 효과'가 상대적으로 강하게 나타나는 편"이라며 "루이비통은 그런 사회 현상의 중심에 서 있는 상징적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명품이라고 해도 대부분의 명품업체들은 세일을 하지만 루이비통은 철저한 수량 통제로 언제나 정가로 판매하며 세일하지 않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본사차원에서 전세계 매장의 가격을 일률적으로 통제하고 매장 디자인 배치등도 직접 관리한다. 유통망을 일률적으로 통제하는데 이런 독특한 경영방식도 브랜드 가치 상승을 이끄는데 한 몫 하고 있다.

루이비통 여행가방 ⓒ 루이비통코리아 루이비통 여행가방 ⓒ 루이비통코리아
◇'브랜드 제국' 모기업 LVMH (루이뷔통 모에 헤네시)= 루이비통의 모기업인 LVMH는 1987년 코냑으로 유명한 모에 헤네시스와 합병을 통해 탄생했다. 산하에 크리스챤 디올, 루이비통, 모에샹동, 헤네시 코냑, 펜디, 셀린, 지방시 등 60여개의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다. 그야말로 최고의 '브랜드 제국'이다. 2008년 12월 기준으로 LVMH의 매출액은 244.14억달러, 영업이익 49.49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역별 매출로 보면 프랑스 14%, 기타유럽 24% 미국 23% 일본 10%, 기타 아시아 20%, 기타 9% 이다.

또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 LVMH 총괄회장은 포브스지가 발표한 세계 갑부 순위에서 7위에 오른 인물이다. 2008년에는 13위(총재산 255억달러)를 차지했고 올해는 7위(총재산 275억달러)까지 올랐다. 패션계 최고 부자이며 프랑스 내에서 가장 부유한 인물이다.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 영향으로 미국 유럽 등 서구에선 루이비통을 구매하던 고객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지만, 아시아 특히 중국과 한국에서는 여전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8년 12월 프랑스의 루이비통이 긴자에 완성 예정인 빌딩에 출점하려던 계획을 철회한 사례에서 보듯, 루이비통은 일본에서는 부진하지만 한국과 중국에서는 꾸준한 사랑을 받는다.

루이비통 '스피디' ⓒ루이비통코리아루이비통 '스피디' ⓒ루이비통코리아
◇루이비통, '한국서 핸드백 18만개 팔며 20개만 기부'=최근 신라호텔 이부진 전무와 아르노 LVMH 회장이 상하이에서 만난 일이 알려지면서 '루이비통이 공항면세점 가운데 세계최초로 인천공항에 입점할 것'이라는 설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이런 점에서도 알 수 있듯, 한국은 일본에 이어 새로운 루이비통 황금시장으로 부상했다. 루이비통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3721억원으로 전년대비 32%(909억원)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418억원으로 35%(109억원) 늘었다. 또 당기순이익은 565억원으로 685%(493억원) 급증했다. 2008년에도 매출이 전년대비 66% 증가한 것은 물론, 영업이익 증가율은 28%에 달했다.



그럼에도 루이비통코리아의 한국 사회에 대한 기부금은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이어서 패션 트렌드는 잘 읽지만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이라는 시대적 경영트렌드에는 많이 뒤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루이비통의 감사보고서상 기부금란엔 지난해 '4000 만원'으로 적혀 있다. 루이비통 핸드백 평균가격을 200만원으로 잡는다면,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국내에서 핸드백 18만개를 팔면서 달랑 20개만을 사회에 기부한 셈이다. 2007년만 해도 기부금 자체가 없었고 2008년에야 300만원을 기부했다.

지난 3년간 기부금액이 총 4300만원으로 매출액 대비 비율이 0.05%에 불과하다. 이는 국내 상장사 평균인 0.12%의 절반에도 채 못 미친다. 루이비통 코리아 고주연 부장은 이와 관련해 "(우리 회사도) 기부는 중요한 활동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선활동은 계획 중이며 자선활동단체도 물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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