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엔 자연에 반한 이들의 '미소'가 있었다"

머니투데이 민도로(필리핀)=최병일 기자 2010.05.20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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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유 : 어머니같은 넉넉한 품 '화이트비치'
- 열정 : 닭싸움 '사봉안'경기장 가득찬 함성
- 재미 : 물소가 끄는 수레를 타고 숲속여행


바다는 눈부셨다. 태초의 푸르름을 안고 있는 어머니 같은 바다의 품에서 약동하는 생명의 신비가 느껴졌다. 필리핀처럼 다채로운 색을 가진 여행지도 드물 것이다. 그곳에는 낙천적인 사람이 있고 그림같은 자연과 자유가 있다.



7000개가 넘는 섬들 속에는 뜨거운 낭만이 숨쉬고 있다. 필리핀의 숨겨진 비경이 가득한 민도르 섬에서 보낸 3박 4일간의 달콤한 추억 속으로 들어가 보자.

◆뛰어난 풍경을 자랑하는 화이트 비치
▲화이트 비치의 황홀한 석양▲화이트 비치의 황홀한 석양


필리핀의 여름은 선거열기로 뜨거웠다. 거리 곳곳에 국회의원과 시장을 뽑는 포스터가 빼곡하게 붙어 있었고 대지의 열기도 후끈 달아올랐다. 거리에는 필리핀 전통 탈거리인 지프니와 트럭들이 열지어 달리고 있었다. 공항에서 2시간을 달려 바탕가스에 도착했다.



루손섬 남단에 위치한 바탕가스는 마닐라에서 민도로섬으로 이동할 때 반드시 거쳐 가야 하는 교통 중심지다. 선착장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필리핀의 전통배 방카를 타고 1시간 가량을 지날 때 쯤 바다에는 서서히 석양이 물들고 있었다. 바다는 불타고 작은 배들 사이로 빠르게 파편이 되어 산화해갔다. 이곳이 바로 화이트비치다.

▲필리핀 전통차 지프니 ▲필리핀 전통차 지프니
아직도 비치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화이트비치는 보라카이 화이트비치와 함께 뛰어난 풍광을 갖춘 곳으로 이름이 나있다. 배는 화이트 비치를 떠나 최종기착지인 쁘에르또 갈레라 시 선착장에 도착했다. 이미 칠흙같은 어둠이 물든 거리를 헤치며 트라이시클을 타고 숙소에 들어섰다.

필리핀의 아침은 일찍 시작된다. 쁘에르또에 있는 숙소 너바나는 바다가 코앞에 있다. 그 때문인지 찬연하게 떠오르는 햇살이 바로 방 앞까지 넘실거리며 들어온다.
커튼을 제키고 창밖을 보니 선명하게 붉은 햇살이 거대한 구체가 되어 둥실 떠올랐다.


밤새도록 고기잡이를 하던 배들은 이미 새벽에 들어와 지친 몸을 누이고 있었다. 고된 노동으로 인해 피곤해 있을 터인데도 어부들의 얼굴은 의외로 맑다. 잡아온 물고기를 거래하며 쉼없이 웃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필리핀 특유의 유쾌함과 낙천적인 면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다.

▲화이트 비치의 풍경▲화이트 비치의 풍경
아침에 다시 찾은 화이트비치는 활기가 넘쳤다. 가족과 연인들이 삼삼오오 수영을 하거나 그늘막 밑에서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뜨거운 햇살이 슬쩍 힘겨워질 때면 망고슬러시를 먹으며 다시금 활기를 되찾곤 한다. 이곳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간다. 감미로운 여가의 그늘 속에서 사람들은 온전하게 자신을 내맡겼다.

▲화이트비치서 물놀이 하는 모습 ▲화이트비치서 물놀이 하는 모습
화이트비치를 빠져나와 고원지대로 올라가면 영국인이 운영하는 작은 골프장이 있다. 예전에는 제법 손님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은퇴한 외국인들이 남은 여생을 보내는 곳인 고원지대는 한눈에 바다가 보이는 기막힌 풍광을 자랑한다.

시야가 좋아서 멀리 루손섬까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가슴이 탁 트인 풍경과 이름 모를 꽃들이 화사하게 피어 있는 곳에서 그들은 자신의 삶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길 것이다.

◆사봉이라는 불리는 닭싸움 인상적
필리핀은 다양한 문화가 섞여 있는 지역이지만 소위 닭싸움으로 불리는 사봉은 이색적이면서도 필리핀 전통문화의 일단을 엿볼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작은 체육관 같은 시설에 사람들이 모여 있고 경기장에는 자신의 닭을 소중하게 감싸고 나온 두 명의 남자가 서 있다.

닭보다 닭 주인의 눈빛이 먼저 달구어졌다. 닭다리에 붙여놓은 작은 칼집을 벗겨내곤 닭을 조심스럽게 땅바닥에 내려놓자 두 마리의 닭은 천천히 날개를 퍼득였다. 순간 장내는 온통 흥분의 도가니가 된다. 소리를 지르고 닭이 뛰어 오를 때마다 함성과 한숨이 뒤섞여 묘한 열기를 뿜어냈다. 격렬하게 맞붙은 닭싸움은 순식간에 끝이 난다.

패배한 닭은 이내 몸짓을 멈추었고, 승리한 닭은 의기양양하게 꼬끼오 소리를 낸다. 닭싸움에서 이기면 돈도 받고 상대편 닭까지 부상으로 받아 챙길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살짝 잔인한 부분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소싸움을 문화로 이해한다면 이 또한 이해 못할 일은 아닐 것이다.

◆낮과 밤이 모두 아름다운 필리핀 민다오
화이트 비치에서 조금 떨어진 사방비치는 예전부터 유명한 다이빙 코스다. 스킨스쿠버를 하고 싶어 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많은 한국 사람들도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관광객들이 많다보니 곳곳에 작은 시장이 서있고 한밤중에도 주사위내기 등을 하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맥주한잔에 거나해지면 작은 바에 들러 당구를 치거나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는 모습들은 우리의 밤풍경과 과히 다르지 않다.

▲화이트비치 빌라 내부 수영장▲화이트비치 빌라 내부 수영장
셋째날 아침부터 필리핀 식구들이 분주하다. 무슨 일이냐고 묻자 물소투어를 간다며 채비를 서두르라고 한다. 부산하게 준비를 마치고 쁘에로뜨에서 약 1시간 가량을 가니 흡사 우리의 달구지 같은 형태로 만든 마차를 물소(버팔로)들이 끌고 30분가량을 들어갔다. 소는 때로 물속을 헤치고 굽은 길을 돌아 한참을 들어갔다.

이미 종착지에는 많은 필리핀사람들과 외국인들이 비비큐 파티를 하느라 여념이 없다. 새벽 배에서 사온 오징어와 식감이 좋은 돼지고기 등을 구워 시원한 산 미구엘 맥주와 함께 넘기니 그야말로 세상을 얻은 것처럼 유쾌해진다.

물소투어가 끝나고 나니 어느새 주변이 어두워졌다. 어느새 마지막 날이 되었다. 맥주 한 잔을 들고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았다. 먹물처럼 어두운 바닷가에 고기잡이 배들이 뿌리는 작은 불빛은 하늘에 무수하게 떠있는 별들이 떨어져 만들어 놓은 것만 같다.

시간은 새벽으로 향해 가는데 잠은 오지 않고 마음을 훔쳐간 필리핀과의 이별은 순식간에 다가왔다. 언젠가 다시 돌아와 묻어두었던 추억까지 털어놓으리라 다짐하며 하늘을 올려다보니 별똥별이 빠르게 바다 속으로 잠수한다. 그렇게 필리핀은 내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머니투데이와 함께 하는 ‘2010 필리핀 문화체험캠프 연수단 모집
머니투데이와 피플투피틀 필리핀 섹터가 공동주관하는 필리핀 문화체험 여행이 시작된다. 오는 7월25일부터 8월14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문화체험캠프는 필리핀 쁘에르또 갈레라 시의 후원으로 필리핀의 문화를 체험하고 영어도 배우며 사회봉사도 하는 귀중한 체험여행이 될 것이다.

▲체험학교 수업 모습 ▲체험학교 수업 모습
필리핀문화체험캠프가 열리는 쁘에르또 갈레라시는 필리핀에서 세 번째로 큰 섬으로 뛰어난 풍경과 아름다운 해변이 있는 자연그대로의 낙원이다. 초등학교 2학년에서 고등학교 2학년까지의 학생을 대상으로 열리게 되는 이번 캠프의 특징은 무엇보다 제대로 된 영어를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영어를 가르치는 교사들은 The Prince of Peace College 소속된 선생으로 구성되어 있어 수준 높은 영어를 체험할 수 있다. 참가자들은 체험 캠프 첫날 레벨테스트를 통해 그룹별로 수업을 진행하며 문법, 말하기, 듣기, 토론, 영어일기 쓰기 등을 배우게 된다. 또한 필리핀 사립학교 수업에 참여해 현지학생들과 특별활동을 수행하게 된다.

▲전통춤을 배우는 모습▲전통춤을 배우는 모습
필리핀 문화 캠프의 또 다른 특징은 필리핀의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는 것. 전통 춤은 물론 놀이문화를 체험하며 쁘에르또 갈레라 시청을 방문해 시장님과 면담하는 시간도 가진다.

주말에는 국제 봉사활동도 진행할 예정이다. 어려운 주민들의 집을 보수해주고, 학교 벽의 페인팅과 원주민 마을 등을 방문하여 봉사하는 등 나누는 삶의 소중함을 배우게 된다.

즐거운 여가활동도 가득하다. 수영과 카약 비치발리볼은 물론 해양스포츠도 매 주말마다 이어지며 자연공원, 폭포 물소 트레킹 등 다양한 체험여행도 동시에 진행하게 된다.

캠프에 참여한 이들은 수업이수 수료증과 함께 쁘에르또 갈레라시에서 공식 인증하는 국제봉사수료증도 발급받게 되어 입학사정관제에서 높이 평가되는 봉사점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체험학교 선생님과 함께 ▲체험학교 선생님과 함께
안전상의 문제도 철저하게 대비를 해놓았다. 쁘에르또 갈레라시에서 치안문제를 담당하며 일상사에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유형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3명의 안전요원이 캠프 참여자들을 보호해 준다. 총 참여비용은 300만원이며 오는 6월 30일까지 접수를 받는다. 상담 및 문의 02-780-7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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