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중소형제약사..'리베이트 끝물 베팅?'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2010.05.19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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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외처방 분석결과 30위권 밖 제약사 약진

정부의 제약영업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 다국적제약사와 국내 대형사의 매출이 늘고, 중소형사들은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이 빗나갔다.

제약업계 매출 30위권 이하의 일부 중소형 제약사의 원외처방조제액(약국에서 판매되는 전문의약품 매출)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반면 매출 상위 30개 제약사의 원외처방조제액은 정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18일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원외처방조제액 1위부터 30위까지 제약업체들의 지난 4월 원외처방조제액은 484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 늘어나는데 그쳤다.

반면 30위~100위까지 중소형 제약사들의 4월 원외처방조제액은 2411억원으로 전년대비 12% 증가했다. 이는 전체 원외처방조제액 증가율 7.1%보다 높은 수준이다. 특히 101위 이하 제약사의 원외처방조제액은 535억원으로 전년대비 20% 늘었다.



과거 상위제약사가 원외처방조제액 증가율이 하위 제약사를 압도하던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이는 정부의 리베이트 단속이 대형제약사 위주로 이뤄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지현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세무조사, 리베이트 단속 등 정부의 주 관찰대상은 대형제약사"라며 "대형 제약사들도 이른바 시범케이스에 걸리지 않기 위해 영업이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대형 제약사들이 정부의 눈치를 보는 사이 중소형제약사들이 공격적으로 영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신희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약제비 절감을 전제로 한 의료기관 수가 인상에 따른 의사들의 처방행태 변화, 스타급 신제품의 부재 등의 영향도 대형 제약사 영업에 걸림돌이었다"며 "저가 제네릭(복제약)을 주로 파는 중소형 제약사는 이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영업현장에서 대형 제약사들은 리베이트 위주의 영업방식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 한 대형 제약회사 영업담당 임원은 "공정 규약시행 이후 극히 방어적인 영업만 진행하고 있다"며 "영업현장에서 어려움이 많지만 이미지 실추나 벌금 등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반면, 중소형 제약사들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쌍벌죄가 시행되기 전이라도 리베이트를 통해 어느 정도 매출을 올려야 할 입장이기 때문이다.

한 중소형 제약사 관계자는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도 무는 법"이라며 "중소형사는 생존을 걸고 리베이트 영업에 나서고 있다"고 표현했다. 그는 "쌍벌제가 시행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모르지만 그때를 걱정하기보다는 리베이트를 해서라도 당장 매출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만, 중소형사의 약진은 쌍벌제 시행 이전에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미현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제공자 측면에서 리베이트 단속은 상위제약사만 대상이 되지만, 수수자 측면에서 리베이트 단속은 제약사 전체로 확산될 것"이라며 "오는 10월 쌍벌죄가 시행되면 중소형사의 매출은 제자리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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