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입주민 갈등에 수익성 악화 '주택사업 비상'

머니투데이 송복규 기자, 장시복 기자 2010.05.19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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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할인분양' 구설수…하자보수 비용 '1년새 4배로'

태영건설 (2,310원 ▲10 +0.43%)이 미분양아파트 헐값 분양에 이어 잇단 하자보수 청구소송 등에 시달리는 등 주택사업 전반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이 과정에서 입주민들과의 갈등은 물론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는 주택사업 비중을 확대하려는 태영건설의 사업 구상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18일 부동산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지난해 2월 준공된 대구 달서구 대천동 '월배 태영데시앙'을 최대 22% 할인 분양하다 기존 계약자들로부터 거친 항의를 받았다. 이 단지는 신일건설의 부도사업장으로 태영건설은 지난 2007년 시행사인 한국토지신탁과 시공계약을 맺고 남은 공사를 진행했다.



'월배 태영데시앙'은 입주한 지 1년이 넘도록 절반 가까이 팔리지 않은 대표적인 준공후 미분양아파트. 한토신과 태영건설은 이 단지 112㎡를 당초 분양가(2억4800만원)보다 15% 싼 2억1100만원에, 158㎡ 분양가는 최초 공급당시 가격(4억7000만원)보다 22% 낮은 3억1800만원에 각각 팔다가 기존 계약자들로부터 원성을 샀다. 기존 계약자들은 한때 아파트 입구를 봉쇄하는 등 할인분양 계약자들의 입주를 저지하기도 했다.

이 아파트 한 계약자는 "태영건설이 입주민들에게 한마디 상의도 없이 헐값 세일을 하는 바람에 물질적,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며 "전 재산을 털어 아파트를 샀는데 하루 아침에 1억원 가까이 손해를 본다면 심정이 어떻겠냐"고 토로했다.



이 아파트 할인분양저지 비상대책위원장은 "각 가구당 400만원 정도 반환금을 받기로 하고 입주 저지운동을 중단했다"며 "최대 1억원에 달하는 차액을 생각하면 속상하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어 추후 중지를 다시 모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태영건설의 이같은 할인분양 방식에 대해 건설업계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주택업체 임원은 "중소 건설사들도 기존 계약자들에게 할인분양 차액을 돌려주는 마당에 SBS 대주주라는 태영건설이 기존 입주민들과 상의없이 20% 넘는 할인분양을 강행한 것은 납득이 안된다"며 "70∼80년대처럼 아파트 대충 지어 팔고 나면 그만이라는 경영철학으로는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지난 2007년은 주택 경기가 이미 하락세로 돌아선 시점인데다 대구의 경우 지방에서도 악성사업장이 가장 많아 대부분 건설사들이 공사 맡기를 꺼린 곳"이라며 "국내 주택사업은 단순 도급 공사라해도 분양률이 좋지 않으면 공사비를 제때 받기 어려운 만큼 태영건설도 미분양 사업장 시공 때문에 골치가 아플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존 입주단지 주민들의 하자보수 청구소송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태영건설에 하자보수 보증금 청구소송을 제기한 아파트는 총 6곳. 지난 1998년 준공된 인천 부평구 부개아파트 5,6단지 입주자대표회의는 태영건설에 각각 21억원과 12억원의 하자보수 보증금을 청구했다. 하자보수 의무기간이 10년인데 시공사가 제대로 하자보수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개 단지 모두 1심에서 입주민들이 승소, 현재 2심이 진행되고 있다. 경기 남양주시 평내상록아파트(17억원), 수원시 장안구 한일타운(20억원), 서울 도봉구 창동 태영데시앙(16억원), 서대문구 홍제동 태영데시앙(7억원) 등도 같은 이유로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태영건설의 하자보수비도 급증했다. 지난 2008년 5억9000여만원에 불과했던 태영건설의 지출 하자보수비는 지난해 22억7000여만원으로 4배 가량 급증했다.

한 대형건설사 자금팀 관계자는 "통상 하자보수비는 입주물량과 관계가 있지만 현장 인부들의 숙련도, 고객 만족도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며 "건설사들이 판매·관리비용으로 분류하는 항목 중 줄면 줄수록 좋은 게 하자보수비용이다"고 말했다.

태영건설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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