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퇴직과 평균수명연장..퇴직연금 전쟁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오수현 기자 2010.05.18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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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8위에서 4위 도약 프로젝트]<3-1>보험사, 전문성+안전성으로 승부

조기 퇴직 공포와 평균 수명 연장으로 노후 대비는 모든 이들의 화두이자 과제가 되고 있다. 노후대비를 건축물로 비교할 때 3중 안전판이 강조되는 것도 이같은 중요성 때문이다.

국민연금, 개인연금 외에 3중 안전판의 정점인 퇴직연금은 보험사들에게 가장 적합하지만 금융사들간에, 그리고 보험업권내에서도 가장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보험사들은 상품에 따라 다르지만 수십 년에 걸쳐 보험료를 받아 위험보장과 저축, 노후대비 등을 준비해 주며 보험 가입자의 생애와 함께 하는 동반자의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제도적 허점과 은행, 증권사 등의 공세로 보험사들은 수성과 개척을 동시에 해야 할 입장이다.

◇달라진 은퇴 풍경…퇴직연금 왜 중요한가=회사에 다니던 근로자가 은퇴를 하면 근속연수와 급여를 반영한 퇴직금을 지급받는 게 과거 우리사회의 전형적인 은퇴 풍경이었다. 그러나 퇴직금제도는 △회사가 도산할 경우 지급받을 수 없고 △목돈인 퇴직금으로 사업을 시작했다가 실패할 경우 이후 노후생활을 보장할 수 없게 되는 등 여러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었다.



퇴직연금제도는 퇴직금의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확정급여형 △확정기여형 △개인퇴직계좌 3가지 유형이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확정급여형은 퇴직급여가 근무기간과 평균임금으로 미리 확정된 퇴직연금이다. 근로자가 몸담고 있는 회사가 근로자의 퇴직급여를 적립하고 운용해 지급한다. 예상 수익률에 미달하더라도 회사가 부족분을 채워주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적다.

확정기여형은 회사가 지급한 퇴직급여의 운용방식을 근로자가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회사에선 매년 최소 근로자 임금의 12분의 1 이상을 퇴직급여로 지급해야 한다. 이 제도는 운용성과에 따른 결과를 근로자가 부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개인퇴직계좌는 근로자가 수령한 퇴직금을 본인명의의 퇴직계좌에 적립해 연금 방식으로 지급받는 방식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보험사들은 퇴직연금에 특별한 강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1970년부터 종업원퇴직보험과 퇴직보험사업을 영위해 온 경험이 있는데다 수십 년 동안 같은 간판으로 같은 일을 해온 사업자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30년 운영경험..보험사 퇴직연금 강점은=보험사들은 각자 다양한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 삼성생명은 30여년 동안 퇴직보험 시장에서 1위를 해온 이력을 내세우고 있다. 1990년부터 퇴직연금을 연구했고 2000년 이후 100억원을 들여 삼성SDS와 시스템 개발을 시작, 제도가 시행되기 전인 2004년에 이미 다른 금융기관과 완벽히 호환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도 강조한다.



업무 연속성에 대해서도 삼성생명은 부장, 과장, 대리 등 3명이 팀으로 한 업체를 맡아 3명이 한꺼번에 이직하지 않는 한 장기밀착관리가 가능하다는 점도 내세운다. 이같은 강점과 그룹사의 후광 등을 바탕으로 삼성생명은 지난 3월말 현재 3조2000억원대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관리하고 있다.

대한생명은 2004년부터 기업복지컨설팅 전문가를 양성하여 퇴직연금과 관련한 다양한 서비스를 실시해 왔다. 2008년 설치된 '퇴직연금운영센터'를 중심으로 200여명의 전문인력들이 퇴직연금 전반에 걸친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퇴직금누진제, 중간정산 등 한국 퇴직금제도에 적합한 차세대 퇴직연금시스템(KRPS)을 독자 개발한 대한생명은 2015년까지 퇴직연금 시장에서 1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교보생명은 계열 대기업의 후광은 없지만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로 접근한다는 방침이다. 교보생명은 수익성 외에 자산운용의 안전성과 전문성을 강조한다. 특히 퇴직연금이 시작된 지난 4년 동안 운용수익률이 금융위기 등 외부 부침에도 불구하고 한차례도 4%대 밑으로 내려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교보생명은 특히 퇴직연금이 조기 도입돼 다양한 사업자 선정 경험이 있는 외국계 기업들을 상대하며 500인 이상 외국계 기업들 중 40%를 고객으로 유치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생명은 국내 생보업계 퇴직연금 1호 계약을 시작으로, 국내 최초로 퇴직연금연구소를 운영하는 등 남다른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퇴직연금의 가입단체에 있어서 2010년 2월말 현재 1570개 (확정급여형 + 확정기여형) 로 업권에서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고, 확정기여형의 경우 1335개 단체로 업권에서 가장 많은 확정기여형 가입단체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생명은 신한금융그룹의 장점을 살려 신한은행, 신한금융투자와 공동으로 차세대 퇴직연금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은행, 보험, 증권을 아우를 수 있는 사업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동양생명은 동양종금증권, 동양자산운용 등 투자전문 계열사들과 함께 종합금융그룹의 퇴직연금 서비스를 제공한다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표류하는 관련법..퇴직연금 병목현상=정부가 2005년 말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면서 5년간의 유예기간을 줬는데도 지난해 말 현재 5인 이상 사업장의 가입률은 13.6%에 불과하다. 이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퇴직연금 의무화를 앞두고 퇴직연금 가입을 둘러싼 유치전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도 된다.

전운이 감돌고 있지만 걸림돌도 많다. 우선 관련법이 표류하면서 퇴직연금의 안착을 가로막고 있다. 퇴직금 중간정산요건 강화, 확정급여(DB)·확정기여(DC) 혼합가입 허용 등을 골자로 정부가 2008년 발의한 근로자퇴직연금법 개정안은 금융권역 간의 다툼으로 지금까지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은행권이 다른 상품과 끼워 파는 '꺾기' 금지, 중소사업장이 공동으로 퇴직연금 가입 등의 보완책을 담은 의원 발의안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개정안 통과가 늦어지면서 일부 기업 및 노조는 가입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는 "지연 입법으로 2010~2011년 기업들이 한꺼번에 제도를 도입할 경우 제한된 연금사업자의 인력과 시스템 때문에 서비스 질이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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