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스폰서 특검'과 '오비이락'

머니투데이 김성현 기자 2010.05.18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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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스폰서 특검'과 '오비이락'


시절이 하 수상하다. 여야는 지난 14일 '스폰서 검사' 특별검사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법안은 빠르면 19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왜 하필 지금일까. 이번 파문은 국민적 관심사인 만큼 철저히 조사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은 진상규명위와 진상조사단 활동이 한창인 시점이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조사 경과가 못 미더워서일까. 그럴 수도 있다. 검찰로 구성된 조사단이 검찰을 조사한다는 점에서 애초부터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시 물어보자. 왜 지금인가.



조사단 활동이 못 미덥다면 진작 특검을 도입했어야 마땅하다. 예상과 달리 조사단은 속도를 내고 있다. 미흡하지만 어느 정도 가시적 성과도 내고 있다. 조사단은 현직 검사 47명을 포함해 70여명을 조사했다.

'몸통'에 해당하는 박기준 부산지검장과 한승철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에 대한 소환조사도 앞두고 있다. 특히 박 지검장이 제보자 정모(51)씨가 진정·제보한 사건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종결한 정황도 포착했다. 접대 의혹뿐 아니라 이 부분까지 처벌이 가능한지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의지가 아주 없지는 않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다른 이유가 있을까.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격일지 모른다. 하지만 6·2 지방선거와 관련이 있다는 혐의를 지우기 어렵다. 야당으로서는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의 수사 부당성과 검찰의 도덕성 문제를 연관짓기 좋다.

여당도 권력기관 부패와 선 긋기를 하며 진상규명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 이해관계가 묘하게 맞아 떨어진 형국이다. 선거를 보름 남겨둔 시점이기에 '선거용 특검'이라는 의심을 떨치기 어렵다. 특검의 목적은 처벌이기 때문에 직무감찰이 목표인 조사단 활동보다 범위가 축소될 수 밖에 없다는 점만 해도 그렇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다. 검찰이 주도하는 게 잘못이라면 애초에 특검을 하는 게 옳았다. 하지만 시작됐으면 맡겨두는 게 옳다. 그래도 못 미덥다면 결과를 지켜본 뒤 특검을 해도 늦지 않다.


'물타기'를 하자는 게 아니다. 특검을 하기로 했으면 특검에 힘을 실어주는 게 맞다. 하지만 제대로 된 수사를 위해서라도 짚을 것은 짚고 넘어가자는 얘기다. 집은 주춧돌이 탄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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