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비리 얼룩진 교육계…스승의 날도 '쓸쓸'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2010.05.14 16:32
글자크기

교총, 기념식 개최 안하기로…"29년만에 처음"

올초 터진 교육비리 등으로 초·중·고 교사들이 그 어느 해보다 혹독한 '스승의 날'을 맞이하고 있다.

14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시내 초등학교 14곳, 중학교 6곳, 고등학교 4곳 등 모두 24개 학교가 15일 '스승의 날'을 재량 휴업일로 정했다. 초·중·고교가 보통 둘째, 넷째 토요일에 쉬기 때문에 15일은 '놀토(노는 토요일)'가 아니지만 '스승의 날' 촌지 문제 등을 고려해 학교장이 재량으로 쉬는 날로 정한 것이다.

재량 휴업일로 정하지는 않았지만 학부모의 학교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보낸 학교도 적지 않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가정통신문을 보내는 일은 학교장 재량에 맡겨져 있기 때문에 정확히 통계를 집계할 수는 없지만 올해 교육비리 문제가 크게 불거졌던 만큼 상당수 학교가 가정통신문으로 촌지 문제에 적극 대응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서울시교육청 장학사 인사비리를 시작으로 방과후학교 비리, 시설공사 비리 등 각종 교육비리가 터지자 교육당국은 신고포상제 실시, 감사관직 대외개방, 교장공모제 확대 등의 대책을 줄줄이 내놓은 바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산하에 '교육비리근절 및 제도개선추진단'을 신설하기도 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고려해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올해 스승의 날 기념식을 개최하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1982년 '스승의 날'이 정부기념일로 법제화된 이후 29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김동석 교총 대변인은 "교육비리 정국에서 어떻게 제자들이 불러주는 '스승의 은혜'를 들을 수 있겠느냐는 부끄러움과 자성의 의미가 있다"며 "학교 현장과 괴리된 정부 정책 남발에 따른 교단 사기저하와 침체된 분위기도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교육비리 문제와 함께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의 교원단체 명단공개, 교원평가제 전면 실시, 교권추락 문제 등도 교사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요소들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5월은 감사의 달이지만 올해의 경우 교육비리 이슈 등으로 그 어느 해보다 쓸쓸한 스승의 날을 보내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15일 오전 11시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별관에서 스승의 날 기념식을 갖고 학교 현장에서 묵묵히 사도를 실천해 온 6169명의 교원에게 훈·포장 및 표창을 수여한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