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명예회장(오른쪽)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회장이 지난 12일부터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모친의 빈소에서 조문객을 맞고 있다. ⓒ이동훈 기자
약 30여 분간 고인에게 음식을 바치는 상식이 올려진 직후 박삼구 그룹 명예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고인의 영정 앞에서 손을 맞잡았다. 장례 절차가 시작된 지 3일만이다.
모친인 이 여사가 지난 12일 별세하자 상주 자격으로 두 회장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재계 인사 등 조문객들을 맞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 이틀 동안 특별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다소 냉랭한 분위기 속에 서로 잘 마주보지도 않았다. 경영권 분쟁의 후유증이 저 멀리서도 느껴졌다.
이렇게 돌아오기 힘든 길로 갈라선 형제가 어머니의 영정 앞에서 다시 손을 맞잡은 것이다. 금호그룹 안팎에서는 이번을 계기로 그룹의 재기를 위해 형제간의 극적인 화해가 이뤄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바람'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주부터 상태가 안 좋아진 모친을 며칠 동안 같이 모시면서 심경의 변화가 있었을 것이란 관측이다. 자식들이 화해하는 모습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것 자체가 자식들로선 두고두고 가슴을 칠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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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잠시 손을 잡고 대화를 했다고 해서 두 사람의 앙금이 완전히 사라졌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어머니의 빈소에서 두 형제는 밤낮을 부대꼈다. 눈물도 함께 흘렸다.
대다수의 금호가 사람들은 여전히 두 회장이 서로 어려운 관계라고 말한다. 하지만 형제간에 우애를 항상 강조하셨던 어머니는 떠나는 마지막 순간, 형제들에게 큰 선물을 주고 갔다. 두 회장이 마주 잡은 두 손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