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때문에…삼성·HP '절치부심'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10.05.1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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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애플 CEO▲스티브 잡스 애플 CEO


애플의 태블릿PC 아이패드가 선을 보인 지난달 3일 이후 삼성전자 (78,400원 ▼800 -1.01%), 휴렛팩커드(HP), 델, 대만의 아수스 등 세계적 컴퓨터 기업들이 고민에 빠졌다.

이들은 올 초만 해도 전자책 시장을 새 성장종목으로 선택, 'e북' 리더기 개발에 나섰지만 아이패드의 등장 이후 기존 모델을 재검토하면서 제품 출시를 늦췄다. 이제는 단순한 전자책이 아니라 아이패드처럼 컬러 화면에 터치스크린, 무선인터넷 정도는 기본으로 장착해야 시장에 '명함'을 내밀 수 있게 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14일 기존에 전자책 사업을 준비하던 업체들이 아이패드 출시 이후 기존 모델을 접거나 재검토하면서 태블릿 컴퓨터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태블릿PC는 올해 세계 컴퓨터 매출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2015년이면 이 비중이 25%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가능성을 열어젖힌 주인공이 아이패드다.



소프트웨어 기업 와이즈 테크놀로지의 제프 맥넛 대표는 "모든 이들이 아이패드의 배터리 수명은 지금의 절반, 성능도 절반에다 가격은 지금보다 2배로 비쌀 것으로 전망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아이패드가 성능·가격 면에서 기대 이상이었고 이에 관련업계가 충격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난해 우리가 봤던 (컴퓨터 기업들의) 계획 상당수는 폐기됐다"며 "아무도 이 (전자책이나 태블릿PC)제품들이 회수됐다고 말하지 않았지만 아이패드가 등장한 후 조용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통신은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 삼성전자가 기존의 전자책에 컬러 스크린과 3G 무선인터넷을 적용하고 배터리 수명도 향상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은 올 1월 라스베이거스 CES박람회에 내놨던 전자책을 아직 출시하지 않고 있다.


케이티 시퍼트 삼성전자 미국대변인은 "미국 전자책 시장에 대해 새롭게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HP도 1월 윈도 기반의 태블릿PC '슬레이트'를 내놓고도 양산을 미루더니 돌연 PDA로 유명한 팜을 인수했다. 크리에이티브스트래티지스의 팀 바자린 애널리스트는 슬레이트가 기존에 썼던 윈도 운영체제(OS)는 터치스크린 방식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HP가 새 태블릿PC를 낸다면 팜 OS를 적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델은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한 태블릿PC를 다음달 출시하는 데 이어 화면을 키우고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적용한 새 버전을 다음해 초까지 낼 수 있도록 개선작업을 벌이고 있다.

대만 아수스의 제리 셴 CEO 역시 안드로이드 기반의 태블릿PC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미국 버라이존 와이어리스도 태블릿PC를 개발하기로 하고 구글과 접촉 중이다.

후발업체들이 아이패드 공략 포인트로 삼은 곳 중 하나는 아직 미약한 아이패드용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아이폰 앱이 현재 19만5000종류에 이르는 반면 아이패드 앱은 5000개에 그친다.

하지만 한 번 뺏긴 주도권을 다시 찾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소프트웨어 기업 울프램 리서치의 테오 그레이 창업주는 요즘 출장을 갈 때 노트북 대신 아이패드만 챙긴다. 그는 "트렌드 세팅 면에서 보자면 (후발업체들은) 이미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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