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시총4위-거래액 신기록 '절반의 성공'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10.05.1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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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첫날 거래대금 1조원 넘겨, 공모주 투자수익률은 빈약

삼성생명 (99,900원 ▼500 -0.50%) 상장이 결국 '소문난 잔치'로 끝났다. 삼성생명은 이날 역대 신규 상장종목 거래대금 1위를 기록했고, 시가총액 4위로 당당히 증시에 입성했다. KB금융 (83,600원 ▲1,100 +1.33%), 신한지주 (55,500원 ▼1,400 -2.46%) 등 은행권을 제치고 금융계 대장주로 이름을 올렸으나, 공모가 대비 투자수익률은 빈약했다.

투자자들은 앞으로의 주가향방에 관심을 두고 있으나, 당분간 큰 시세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총 4위, 신규상장 거래대금 1조582억 '역대최고'

삼성생명은 이날 시초가 11만95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직후 12만1000원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이내 외국인들의 매도홍수를 이기지 못하고 11만원대로 밀렸다. 종가는 11만4000원으로 공모가(11만원)보다는 높으나 시초가대비 4.6% 하락했다.



상장을 위한 공모청약에 19조원 넘는 자금이 몰리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요예측에서 8.1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수치다.

삼성생명은 물론 여러 기록을 남겼다. 상장첫날 시가총액 22조8000억원으로 시가총액 4위에 올랐고, 거래대금은 1조1013억원으로 신규종목 첫날 거래에서 대한생명이 가지고 있던 기록을 가볍게 넘겨받았다. 거래대금은 이날 코스피시장(7조1723억원)의 20% 이상을 차지했고 거래량은 949만4868주였다.

시총 20조원으로 4위였던 신한지주는 금융 대장주 타이틀을 삼성생명에 넘겼고, KB금융, 우리금융 등의 순위도 한 계단씩 내려갔다.


생보 1위이자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라는 점에 주목했던 투자자들은 이날 삼성생명의 주가흐름에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공모가는 지켰으나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었다는 점에서다.

청약경쟁률이 40대1에 달했기 때문에 1억원을 청약해 23주를 받았다고 가정하면, 청약금 대비 투자수익률(종가기준)은 0.1%에 불과했다.



◇주가전망 "긍정적이지만…"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생명 주가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날 현대증권은 삼성생명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13만4000원을 제시했다. 신영증권은 전날 우호적인 수급요건, 금리방향성, 성장기대 등을 근거로 목표가 12만5000원을 전망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주가흐름이 약세를 보일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무엇보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물이 크게 나왔다는 점에서다. 이날 개인과 기관은 각각 275만주, 98만주 순매수했으나 외국인은 388만주를 순매도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식시장의 풍부한 유동성 때문에 공모주에 투자한 외국인들의 차익실현이 쉽다"며 "삼성생명의 경우 첫날에만 1조원 이상 거래됐고 기관들의 매수대기 물량이 많아 주식처분 여건이 좋다"고 말했다.

개인들은 청약금액의 50%를 증거금으로 납입해야 하나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들은 증거금이 필요 없다. 이자라는 '기회비용' 없이 주식을 받아 상장직후 곧바로 처분하면 짧은 기간에 적잖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외국인들이 추가매도할 수량이 많지 않고, 기관들의 매수세가 조금씩 유입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외국인들에게 배정된 주식은 총 1777만4968주였는데 이날 적잖은 수량이 처분됐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당분간 주가가 크게 상승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외국인들의 매물이 조만간 소화되면 조금씩 강세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개인투자자들이 보유한 1000만주 가운데 어느 정도가 매물로 나오느냐다. 수익률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주식을 처분해 이탈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시총비중 2.59%, 13일부터 코스피지수 편입



한편 한국거래소는 13일부터 삼성생명 (99,900원 ▼500 -0.50%)을 코스피 지수에 편입한다. 시가총액에서 2.59%를 차지하는 만큼 지수, 선물, 옵션 등 파생상품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지수편입이 상장 다음날부터 진행되는 까닭은 첫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스템 오류 가능성을 점검하고, 주가 변동성을 지켜볼 필요가 있어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상장 첫날에는 기업의 가치보다는 단순한 수급에 따라 주가가 요동치는 경우가 많다"며 "첫날부터 지수에 편입할 경우, 삼성생명 대형주의 가격변동에 따라 시장이 왜곡되는 현상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생명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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