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으로부터 휴대폰용 2차전지 캔 기술 독립을 꿈꾸며 한 일본 업체와 협력하기로 했지만 이 업체는 설비투자를 끝낸 상신이디피에 '협력불가'를 통보해왔다. 어쩌면 일본을 상대로 경쟁하겠다고 한 마당에 일본 업체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으려 했던 것부터가 순진한 발상이었다.
"휴대폰 시장이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놀라운 속도로 확대되는 데 이 제품만큼은 우리 손으로 만들지 않으면 안되겠구나, 이런 생각만 했습니다. 뒤에 들은 얘기로는 그 일본 업체가 여러 루트를 통해 한국과 협력하는 데 제동이 걸렸다고 합디다"
기술 개발에 뛰어든 지 6개월만에 각형 캔 개발에 성공했다.
김 대표는 "개발을 마친 직후 삼성SDI에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습니다. 각형 캔 기술을 개발한 지 4년 뒤인 2007년엔 노트북에 들어가는 원형 캔까지 개발하고 양산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전히 새롭게 구축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김일부 대표의 말처럼 2차전지 캔을 개발하지 못했다면 오늘날 상신이디피는 존재 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지난해 매출은 각형, 원형 캔을 비롯해 캔 뚜껑과 전지 폭발에 대비한 안전장치 등 캔과 캔 관련 사업에서 모두 발생했기 때문이다. 브라운관TV용 전자총 사업은 지난해 완전히 접었다.
캔 기술의 난이도에 대해 김 대표는 "이 부문에서 우리가 세계적인 기술을 확보했지만 여전히 설계대로 제품이 안나와요. 아무리 반복을 해도 안돼요"라고 말했다. 지금도 설계대로 만들지 않는다고?
설명은 이어졌다. "공정상 99.9% 설계대로 다 됐는데 0.1%가 안되더라 이거에요. 개발 초기에 이것 때문에 무지 고생을 했는데 0.1%를 우리 기술자가 잡아냈어요. 임기응변과 순간 판단력 하나로 해낸 겁니다. 이걸 못하면 이 사업에 손 못댑니다".
최종학력 고졸 출신의 이 기술자는 1983년 김일부 대표가 상신정밀 창업 때부터 근무해 오늘날 상신이디피의 기술총괄을 맡고 있는 서수용 이사다.
지난해 상신이디피는 사업에 많은 변화를 줬다. 원형 캔 매출이 2008년 7억원에서 1년만에 38억원으로 급성장하고 안전장치는 첫 사업연도에 65억원 매출을 올렸다. 전지 완제품인 패킹(Packing) 사업은 중국 법인에 이관해 175억원 매출에서 52억원으로 줄었지만 중국 법인이 100% 자회사이기 때문에 연결재무제표에 고스란히 상신이디피 실적에 반영된다.
상신이디피는 지난해 매출 528억원, 영업이익 31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가 2.5%, 80.3% 성장하고 순이익은 2008년 14억원 적자에서 30억원 흑자로 전환됐다.
김일부 대표는 올해 기대가 매우 크다. 노트북용 원형 캔 매출 성장이 확대되고 안전장치 등 신사업이 호조를 보이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 올해 매출 목표를 750억원, 영업이익 70억원을 설정했다. 작년 대비 매출은 40%, 영업이익 125% 이상 급증한 규모다. 이마저도 보수적으로 잡은 목표치라고 한다.
김 대표는 "중국 자회사 매출이 지난해 260억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올해 연결 매출 1000억원 시대 원년이 될 것 같습니다"라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김일부 대표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캔 소재인 알루미늄 합금 기술이 국내 기업들에 없어 거의 전량을 일본산 수입에 의존하는 현실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몇 개 합금 제조업체들에 개발을 의뢰했고 긍정적인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개발을 끝낸 아이템들에 대해선 테스트도 마쳤다.
"일본에서 알루미늄 합금 수입에만 연간 140억원이 들어갑니다. 개발이 완료된 제품들을 순차적으로 상품화 할 계획인데 올해에만 50% 이상 국산화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회사 수익도 수익이지만 하나하나 우리 것으로 만든다는 게 뿌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