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6·2 지방선거에서도 마찬가지다. 박 전 대표는 최근 측근들과 만나 "가만히 있는 게 오히려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친박(친박근혜)계 중진 홍사덕 의원이 12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밝혔다.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 7일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 경로잔치에서 기자들과 만나 "선거는 당 지도부 위주로 치르는 게 맞다고 여러 번 말했다"고 밝힌 데 이어 지원불가 입장을 재차 못 박은 것이다.
선거를 불과 20여 일 남겨둔 상황에서 신뢰와 원칙을 중시하는 박 전 대표의 행보를 고려하면 이번 선거지원도 물 건너갔다는 게 당 안팎의 중론이다. 당내에선 "애초부터 박 전 대표의 지원은 기대조차 안 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친이계와 당 지도부에선 여전히 박 전 대표의 지원유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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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이계 수도권 재선 의원은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대승적 차원에서 박 전 대표가 힘을 모아준다면 정권재창출에도 득이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친이계 핵심 정두언 지방선거기획위원장도 지난 10일 "후보들이 박 전 대표의 지원을 바라고 있는 상황에서 지원을 못 하겠다고 하면 얼마나 실망하겠냐. 후보들의 요청을 외면하는 것도 자연스럽지 못하다"며 압박에 가까운 '구애'를 폈다.
친이계의 끈질긴 구애는 '박근혜 마케팅'의 힘을 뼈아프게 목격했기 때문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당장 지난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에 탈락했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친박계 인사들이 친이계 후보를 물리치고 대거 당선된 것부터가 박 전 대표의 후광 덕이었다.
이런 위력 탓에 지난 10일 한나라당 박성효 대전시장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선 실제로 오지 않은 박 전 대표의 축전이 온 것처럼 속이는 해프닝이 벌어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선거 이후 정국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거듭된 요청에도 박 전 대표가 선거 지원에 나서지 않고 여권이 패할 경우 박 전 대표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한나라당이 6,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여기에 박 전 대표의 지원 없이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에 대비해 세종시와 개헌 문제 등 박 전 대표와의 갈등이 불가피한 문제에서 강공모드를 펼 명분을 마련해 놓는다는 의미도 있다.
정치권 한 인사는 "어느 쪽이 됐든 친이계로선 줄기차게 박 전 대표의 지원을 요청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게 유리하지 않겠냐"며 "여야 승부 이전에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에서도 치열한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