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큰손, 삼성생명 12만원 팔고 '만도' 직행

머니투데이 강미선 권화순 기자 2010.05.12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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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발빠르게 차익실현… 시중 자금 차기 공모주로 이동

"12만원에 모두 팔아줘요. 10만원대로 떨어지면 다시 들어가려고요."

강남에 위치한 증권사 PB고객 A씨는 12일 삼성생명 (99,900원 ▼500 -0.50%)이 상장하자마자 보유물량 1000여주를 모두 팔아치웠다. 11만원에 받은 주식을 12만원에 팔아 9.1% 수익률을 냈다.

A씨는 청약 환불금이 40억원에 달하지만 당분간 삼성생명에는 미련이 없다. 외국인이 매도세를 보이는 터라 당분간 지켜보다가 10만원대로 떨어지면 매수를 할 계획이다.



◇'큰 손', 상장되자마자 "팔자"=삼성생명이 상장 첫날 외국인의 대거 순매도와 달리 개인들이 '사자'에 나서고 있지만 금융자산이 수십억원대에 달하는 거액 자산가 중 일부는 이날 개장 직후 차익 실현에 나섰다.

이날 삼성생명은 공모가 보다 8.6% 오른 11만9500원에 시초가가 형성된 뒤 장중 최고가 12만1000원까지 올랐다.



박종준 우리투자증권 대치WMC 차장은 "삼성생명 공모주를 받은 PB고객들이 5~10%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당초 12만원대 이상으로 올라가면 팔겠다는 주문이 많았다"고 말했다.

조성만 신한은행 압구정PB센터 팀장도 "200~300주를 받은 PB고객이 13만원에 매도하겠고 주문했다"면서 "오래 가지고 있겠다는 생각 보다는 단기 이슈화 돼서 금방 빠질 의도를 갖고 있는 투자자가 많다"고 전했다.

다만 삼성생명 공모주를 받은 10명 고객 중 2~3명꼴로 장기보유 의사를 갖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조 팀장은 "삼성생명이란 '네임 밸류'가 있으니까 큰 차익을 노리기보다 장기 투자 관점에서 상속, 증여까지 생각하는 고객도 있다"고 말했다.


거액 자산가들은 수십억원의 환불금을 쥐고 있지만 이 자금으로 삼성생명 매수에 적극 나서지는 않는 분위기다. 공모가가 워낙 높게 형성되다 보니 가격 부담이 크고, 추가 상승 여지가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번엔 만도다"=그 많은 청약 환불금은 어디로 갔을까.



증시전문가들은 은행권 등 안전자산으로 상당부분 돌아가고 증시에 당장 몰리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유럽발 재정위험으로 변동성이 커지고 외국인도 매도 기조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삼성생명에 몰렸던 뭉칫돈이 다른 종목 매수로 흘러들기는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고객예탁금도 지난 10일에는 삼성생명 청약 환불로 남아있던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1조원 넘게 줄었다. 사흘만에 감소세다. 삼성생명 청약 마지막날인 지난 4일 1조1689억원 빠져나갔다가 6일과 7일에는 각각 1조5720억원, 1조6926억원이 들어왔지만 다시 감소하면서 변동성이 커졌다.

다만 최근 많이 하락한 저평가 우량주나 IPO쪽으로 일부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투자목적으로 움직였던 자금으로 주식자산에 대한 기본적인 관심이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위험 요인이 적은 공모주에 투자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삼성생명 청약 열기는 이날 청약을 마감하는 만도로 옮겨갔다. A씨는 삼성생명 청약 환불금 40억원 가운데 30억원을 만도 청약에 모두 넣었다.

이날 만도의 최종 청약 경쟁률은 124.63대1을 기록했다. 120만주 공모에 1억5000만주가 청약해 증거금은 6조2065억원이 몰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공모주에 관심이 많다보니 만도 청약에 환급금을 모두 넣는 투자자도 있다"며 "만도 이후 괜찮은 공모주들을 추천해달라는 요구도 있다"고 말했다.



PB고객 중 일부는 자문형랩에 수십억원의 환불금을 넣고 있다. 공격적인 투자로 연초 이후 10% 이상의 고수익을 내고 있어 펀드보다 매력적인 투자처로 꼽히고 있어서다.

조 팀장은 "코스피가 1680선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는데 1년 뒤 주가가 15~20% 정도 상승할 거라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은 원금 보장이 되지 않는 주가연계증권(ELS)에도 자금을 넣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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