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삼성생명 파는 이유는?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10.05.1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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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99,900원 ▼500 -0.50%)도 다르지 않았다. 기업공개를 앞둔 기업들이 뜨거운 관심을 받다가도 정작 상장 직후에는 약세를 면치 못하는 징크스를 깨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상장첫날인 12일 삼성생명 주가는 오전 11시10분 현재 11만4500원이다. 공모가인 11만원보다는 높지만 시초가(11만9500원)와 비교해서는 5000원, 4.1% 하락했다.



상장 첫날 시초가는 높았으나 이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앞서 상장한 대한생명도 같은 과정을 밟았다. 한편에서는 "삼성생명은 다를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시장은 이번에도 다른 결과를 보여주지 않았다.

대한생명이나 삼성생명 주가약세의 공통분모는 '외국인 매도'. 대한생명은 상장첫날 외국인들의 매물홍수를 견디지 못하고 약세를 보였다.



삼성생명 역시 현재까지 185만주 가량의 외국인 매도가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외국인 매도에 맞서는 개인투자자 매수'라는 공모주 패턴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삼성생명 기업공개(IPO)를 위한 수요예측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경쟁률이 8.1대 1을 기록했다는 점과 비교하면, 이날 외국인들의 매물홍수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정작 증시 전문가들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업공개(IPO) 종목에 투자한 외국인들이 상장직후 주식을 파는 이유가 여럿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주식시장의 풍부한 유동성과 차익실현이 쉽다는 게 이유다. 삼성생명의 거래대금은 7300억원에 육박하고 거래량 또한 600만주를 넘었다. 거래가 많으니 보유물량을 쉽게 처분할 수 있다.

상장기업들의 주가가 공모가 밑으로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는 점도 배경으로 작용한다. 특히 개인들은 청약금액의 50%를 증거금으로 납입해야 하나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들은 증거금이 필요 없다.



이자라는 '기회비용' 없이 주식을 받아 상장직후 곧바로 처분하면 짧은 기간에 적잖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정작 가치투자를 한다는 외국인들이 단타에 몰입하고, 반대로 개인 투자자들은 중장기 관점에서 공모주 투자에 나서는 국면이다.

삼성생명의 가치나 성장성에 대한 외국인들의 시각이 국내와 다르긴 하지만, 근본적으론 이 같은 수급여건이 외국인 매도를 부추긴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삼성생명 상장을 전후로 글로벌 증시여건이 크게 달라졌다는 점도 외국인 매도에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모청약 직후 그리스 유동성 위기, 미국증시 급락 등의 악재가 터지며 외국인들의 투자심리가 변했다는 것도 삼성생명 매도의 이유로 해석된다. 지난 한달간 꾸준히 주식을 매수했던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쉬지 않고 한국 주식을 팔고 있다.

이날 오전에도 외국인들은 3600억원 이상 순매도 하고 있으며, 개인과 기관은 각각 2000억원, 395억원 순매수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생명 거래에서 특이한 것은 기관투자자들의 매매다. 과거에는 외국인들과 함께 매도 포지션을 취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번에는 개인과 함께 매수에 가담하고 있다.



이는 삼성생명 청약에 참여한 기관 95%가 15일에서 30일까지 의무보유 확약을 맺었다는 게 중요한 이유다. 특히 삼성생명 주가와 관련한 파생상품, 펀드 등에 편입해야 할 수량이 있는 기관투자자들이 매수에 나서고 있다. 이날 오전현재 기관들은 35만주를 산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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