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은 21세기형 복지시장을 원한다"

정리=이승제 오상헌 기자, 사진=이명근 기자 2010.05.1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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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민주주의를 되살리자]<릴레이 인터뷰>①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서울은 디자인 시장을 원한다"…오세훈의 디자인 철학은
-"콤플렉스는 나의 힘"…어린 시절 고생이 민생·복지 정책의 뿌리

오세훈 "서울은 21세기형 복지시장을 원한다"


'디자인 시장', '전시행정 시장'이란 비판은 통상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 예비후보(사진)의 '아킬레스 건'으로 여겨진다. 경쟁 후보들은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고 있다.



이에 대해 오 후보는 "그렇다. 나는 서울을 세계 최고 수준의 디자인 도시로 만들려 한다. 그들은 (나의) '디자인 철학'을 오해하고 있다. 디자인을 폄훼하는 것은 도시 경영에 자격이 없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라고 응수한다. 경쟁자의 공격을 피하지 않고 정면 대응하는 이유는 뭘까.

오 후보는 '럭셔리 정치인'이란 시샘어린 비판도 받는다. 세련된 비주얼, 막힘없는 언변, 깔끔한 실루엣…. 고생을 전혀 겪지 않았을 것 같은 이미지다. 하지만 그는 "어린 시절 가난 등으로 겪은 컴플렉스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어린 시절 고생과 연결된 경험이 지난 4년간 서울시장으로 일하면서 정책개발과 추진에 큰 보탬이 됐다고 한다. 컴플렉스가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얘기다.



민선으론 처음으로 서울시장 재선에 도전하는 오세훈 후보는 10일 중구 프레스센터 선거대책본부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서울시정에 대한 비전과 정책, 디자인 및 복지 철학을 밝혔다. 대담=송기용 정경부장

"서울은 디자인 시장을 원한다"
-오 후보가 다음 서울시장이 돼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다른 후보와 차별화된 강점을 말씀해 주십시오.
▶재선에 도전하는 이유는 책임감입니다. 시장은 굉장히 의미 있고 소중한 경험을 하는 자리입니다. 수백, 수천 개 프로젝트를 일일이 챙기며 얻은 업무 노하우를 숙성시켜 시정에 재투자하는 것은 시민에 대한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외국 사례를 보면 재선, 3선 시장들이 도시를 발전시킨 사례가 많습니다. 뉴욕의 루돌프 줄리아니와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 등은 다선을 통해 행정을 업그레이드시켰습니다. 서울시와 시민의 미래를 위해 재선, 3선의 시장이 필요합니다.


철학과 진정성만 강조해선 서울시정을 제대로 이끌 수 없습니다. 여기에 비전과 구체성을 결합할 때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나의 마음을 알아 달라'면서 표를 달라는 건 무책임한 것입니다. 구체성을 결여한 비전이 얼마나 허망한지는 노무현 전 정권이 보여줬습니다.

-선거 구도를 보면 야권에선 이명박 정권에 대한 중간심판으로 규정합니다. 부담은 없으신가요.
▶그런 공격을 할 생각이었다면 다른 분을 후보로 냈어야 합니다. 한명숙 민주당 예비후보는 전 정권의 실정에 공동책임을 져야 하는 4명의 국무총리 중 한 분입니다. 참여정부 5년간 실업률이 배로 늘었고 가계부채, 부동산값 폭등 등 실정이 수없이 많습니다. 정권심판론은 처음부터 야당만 했던 당이 얘기할 수 있지 민주당이 할 말은 아닙니다.

-재선에 도전하는 입장에서 지난 4년 임기를 자평해 주시죠. 시민들에게 인정하고 싶은 치적은 무엇입니까.
▶서울시정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가 많이 올라갔습니다. 객관적 수치로 확인됩니다. 쉽지 않았지만 취임 후 후분양제 실시, 분양가 공개, 재개발 뉴타운 공공관리제도 등을 도입했습니다. 클린업 시스템으로 재개발조합의 비리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부동산 정책에서 성공했다고 봅니다.

금융경쟁력은 40위권에서 20위권으로 15단계 올랐습니다. 서울은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의 조사에서 2년 연속 '가고 싶은 도시' 1위로 선정됐습니다. 녹지면적은 100만평 늘었고 휴일에 한강변으로 100만여 명이 몰려듭니다. 미세먼지 수치도 줄었습니다. 경제문화, 강남·강북격차 해소 등 각종 프로젝트를 실시해 성과를 냈습니다. 복지 예산을 2조원에서 4조원으로 늘렸습니다. 시정 전반에 걸쳐 조용하지만 커다란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자부합니다.

- 디자인 정책이 내실없는 겉치레에 치우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습니다.
▶디자인 정책은 세계 모든 도시가 추구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에 없었던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기 때문에 유명해진 동시에 비판도 받는 것입니다. 한강·남산 르네상스를 통해 가장 혜택을 받는 사람들은 바로 서민입니다. 주말에 서울시민 1000만 명중 100만 명이 이용합니다. 이번 어린이날에 200만 명이 다녀갔습니다. 이분들이 바로 진짜 서민입니다. 부자들은 골프 치러 다니지 한강이나 남산을 찾지 않습니다.

제가 가진 디자인 철학은 '통일성의 도시, 비움의 미학을 가진 도시, 지속성장 가능한 도시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디자인은 미래를 향한 고속도로를 까는 것과 같습니다. 디자인 정책에 대한 공격은 지난 70년대 경부고속도로 만들 때 일부에서 전시행정이라고 비판했던 것과 똑같다고 봅니다. 게다가 디자인 정책에 별도의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닙니다. 서울이 디자인 모범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는데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은 21세기형 복지시장을 원한다"
"서울은 21세기형 복지 시장을 원한다"
-지난 4년간 서울시가 서민정책에 상대적으로 소홀하지 않았는가 하는 비판도 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4년간 자립형·보편적·참여형 복지에 주력했습니다. 과거에는 일방적인 시혜성 복지였는데, 이것은 시민의 삶의 의욕을 높이는 게 아니라 하루하루 삶을 연명하도록 하는데 그쳤습니다.

21세기형 복지는 자립형 복지여야 합니다. 제 임기 중에 시작된 희망플러스 통장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지난해 2만가구가 이용했습니다. 수혜자들의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희망이 보인다는 편지도 여러 통 받았습니다.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복지정책을 서울시에서 배워간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보통 복지를 저소득층을 먹여 살리는 거라 생각하는데 이에 대비되는 게 바로 보편적 복지입니다. 주거·문화·보육·건강·교육 분야에서 중산층 이하 모두 혜택을 주자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주거 복지는 서울시가 시행하는 장기전세주택(시프트)를 생각하면 됩니다. 서민 중산층 이하 90% 이상에게 혜택이 돌아갑니다. 서울형 어린이집, 영어 원어민 교사 지원, 책걸상·화장실 교체 등도 그렇습니다.

참여형 복지도 중요합니다. 정부 예산과 함께 일반 국민들이 참여합니다. 희망통장의 경우 본인이 한 달에 5만원을 저축하면 서울시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나머지 절반을 부담하고 있습니다. 이 세 가지가 서울시 복지의 바뀐 모습입니다. 많은 시민들이 이 같은 변화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재선하면 중간인 2012년에 대선이 있습니다. 정치인으로서 대권에 대한 생각이 있을 수 밖 에 없을 텐데요..
▶이번 선거에서 승리해 재선에 성공하면 4년 임기를 모두 마칠 것이고, 그런 후에나 (대권 도전을) 생각해 볼 것입니다. 정치권에 입문한 후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하고 싶다고 되는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았습니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한 후에 찾아오는 기회를 어떻게 의미 있게 맞이하느냐의 문제라고 봅니다.

"콤플렉스는 나의 힘"
-위대한 정치인은 대부분 남다른 콤플렉스를 긍정적으로 극복한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흑인이란 약점을 극복하고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데요.
오세훈 "서울은 21세기형 복지시장을 원한다"
▶어릴 적 가난 얘기를 또 해야 되나요(웃음) 장기전세주택은 제 콤플렉스의 소산입니다. 시장 취임하면서 반값 아파트 논쟁이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엉터리였습니다. 반값 아파트 방안으로 제시된 토지임대부, 환매조건부 방식 모두 교환가치를 안 주는 것입니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어렸을 때 초등학교 6년간 4군데 학교를 전학 다닐 정도로 어렵게 달동네에서 살았습니다. 학교 다녀오면 옆에 천막집이 하나씩 만들어지는 동네였습니다. 화장실, 수돗물도 제대로 없었습니다. 당시 친구를 사귈만하면 전학을 가야 했습니다. 상당한 문화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때 경험으로 압니다. 진짜 서민은 한 집에 오래 살고 싶어 합니다. 내 집이 아니더라도 말이죠. 반값 아파트는 부동산 투기에 편승하는 정책이었습니다. (부동산을 투기로 생각하는) 잘못된 국민의 마음을 바꿔줘야 하는데 오히려 거꾸로 갔습니다. 집 살 형편이 안 되는 사람에게 한 집에서 20년 살게 보장해 주면 그게 복지입니다. 어릴 적 경험을 토대로 발전시킨 정책이 바로 장기주택전세입니다. 지금은 꽤 안정된 형태로 공급되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답답합니다. 이런 말을 할 기회를 안 주는 토론은 왜곡된 것입니다. 한명숙 후보와 끝장토론을 제안한 것도 이 같은 정책 토론에 대한 '갈증'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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