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자체적으로도 성장의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상장 준비를 위해 내실을 다지고 있는 회사들과의 경쟁도 새로운 활력소가 될 전망이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그동안 은행 중심의 정책을 추진해와 금융 산업의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이다. 은행이 전체 금융권 자산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하지만 순익과 외형(회사수 등)을 따져보면 보험의 몫은 은행에 필적하거나 그 이상이다. 은행(국내 일반, 특수은행, 2009년 9월 기준)이 18개인데 비해 보험사는 52개(생명보험사 22개사, 손해보험사 30개사)로 3배에 가깝다. 순익도 은행에 비해 생보사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12일 상장하는 삼성생명이 공모가를 유지하면 단순에 증시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차에 이어 4위를 차지한다. 삼성생명이 신한지주, KB금융지주를 1조 ~ 2조원 가량 앞서게 되는 것이다.
지난 3월 상장한 대한생명은 5월 초를 기준으로 할 때 7조5000억 ~ 8조5000억원대의 시가총액으로 기업은행, 하나금융지주와 시가총액이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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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생보사의 상장은 국내 보험업종에 대한 재평가와도 연관되고 있다. 삼성생명 공모가 확정을 전후해 보험업종에 대한 외인과 기관의 매수가 이어지고 대한생명과 손보사 주가가 일제히 뛰어올랐다.
또 보험업종에 대한 기관들의 관심은 새롭게 출시되는 보험 상장지수펀드(ETF)에서도 알 수 있다.
증시 외에도 제도적 변화도 예상된다. 금융계에서는 정책당국 또한 금융산업의 균형발전을 촉진하는 차원에서 보험산업이 다른 금융권과 동등한 경쟁여건을 마련할 수 있도록 다양한 보험산업 육성관련 정책을 수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저출산ㆍ고령화 문제, 베이비붐 은퇴에 따른 사회안전망 확보 차원에서도 생보산업의 육성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보험산업 관련 법규 변화를 보면 겸영·부수업무 범위 확대, 지주회사 관련 규제 완화, 해외시장 진출 확대 지원 등으로 보험관련 각종 규제가 완화되고 있다.
◇상장은 내부 성장동력…글로벌 금융사 도약
상장은 생보사의 성장에도 큰 역할을 하리라는 기대가 나온다. 미국 대형 생보사 4개가 상장했던 2000년대 전후를 따져보면 1997 ~ 2001년에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11개 생보사들의 상장 전후 3년간의 경영 실적에서 상장 이후 수익성과 성장성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만 보더라도 11개 생보사들은 평균 43.3% 늘어나 업계 평균 4.3%에 비해 10배 정도 높았다. 수입보험료 증가율도 3년 동안 159.2%에 달했다.
통상적으로 상장을 하게 되면 회사의 경영전략과 내부 경영관리체계가 경영자 중심에서 주주가치 및 기업가치 제고 위주로 전환된다. 이에 따라 회사의 수익성과 성장성이 더욱 증대되고, 생보산업에도 질적 성장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상장 생보사들의 내외부적인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삼성생명은 회사가 국내 1위 보험사를 넘어 글로벌 종합 금융사로 도약할 것으로 기대되고, 생명보험산업 또한 타 금융권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국내외 투자자들과의 긴밀한 관계 유지를 통해 대외 신뢰도와 기업가치가 증진되고, 미래성장 동력 확보 및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전략을 바탕으로 2015년 중장기 목표인 글로벌 톱(Global Top) 15를 달성하기 위한 디딤돌이 마련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한생명은 1조3000억원에 이르는 상장유입 자금 중 4800억원은 영업조직 구축에 우선적으로 사용하고, 해외시장 개척 등 수익원 다각화 사업에 3000억원, 나머지는 재무건전성 제고를 위한 적립금으로 쌓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외에도 늘어난 적립금으로 지급여력비율이 300%대로 상승하는 효과를 얻게 돼 퇴직연금 시장에서의 경쟁에도 한껏 힘을 실을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