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그리스 사태로 '유로존의 맹주' 지위 흔들린다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10.05.10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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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지원 관련 국내외 딜레마 직면…세계 수출 1위 지위도 中에 내줘

'유로존의 맹주' 독일의 위상이 그리스 사태를 기점으로 흔들리고 있다.

국가 내부에서는 그리스 지원 결정에 대한 비난 여론에 직면해 집권 중도우파 연정이 상원 과반석 유지에 실패한 한편 유로존 으로부터는 그리스 지원 결정을 미뤄 위기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

최근에는 중국으로부터 세계 수출국 1위 지위도 빼앗겨 한 때 '라인강의 기적'으로 일컬어지던 독일의 자존심은 그리스 위기와 함께 추락하고 있다.



독일은 지난 7일 상원과 하원이 모두 그리스 지원에 압도적 표차로 합의하며 유로존과 국제통화기금(IMF)의 1100억유로 구제금융을 실질적으로 이끌어냈다. 독일은 유로존 지원금 800억유로 가운데 224억유로를 분담하기로 결정했다. 유로존 내에서 가장 큰 비중이다.

하지만 이날 결정까지 독일은 수차례 입장을 번복하며 유로존 최종 지원 결정의 발목을 잡아왔다. 9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그리스 지원과 관련된 국내 반대 여론에 부딪친 집권 연정이 뚜렷한 입장을 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독일이 그리스 지원 쪽으로 확실히 기운 것은 그리스 국가신용등급이 정크 수준으로 강등되고 그리스 국채 투자손실 규모가 2650억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뒤였다.

이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독일이 유로존을 지탱할 의무를 받아들인다"라며 입장을 확실히 했으며 당초 450억유로 규모였던 그리스 구제금융안을 1100억유로로 확대하는데 합의했다. 모두 9일 지방선거 직전에 부랴부랴 이뤄진 결정이다.

하지만 지원 결정으 때늦은 감이다. 1100억 유로 구제금융안이 합의됐음에도 불구, 7일 프랑스 CAC40지수와 독일 DAX 30지수는 각각 4.6%, 3.27% 급락했다. 다른 지역으로의 그리스 위기 전염 속도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지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이후 9일 치러진 지방선거로 독일 집권 연정은 국내에서도 결정적으로 신임을 잃게 됐다.

기민당(CDU)과 자민당(FDP)의 독일 중도우파 연정은 9일 북 라인-베스트팔렌 주 의회 선거에서 패배하며 전체 연방 상원에서 과반수 의석을 유지할 수 없게 됐다.



국민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집권 연정이 그리스 지원 쪽으로 기운 점이 이번 선거 패배로 연결됐다는 평가다. 이달 초까지 전체 국민의 80% 이상이 그리스 지원에 반대했으며 선거 하루 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그리스 지원 때문에 지지정당을 바꾸겠다는 응답자가 21%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 지원 결정을 조속히 하라는 유로존의 압력과 그리스 지원에 반대한다는 국내 여론의 반발에 결정을 미루던 독일은 결국 국내외 모두에서 신임을 잃게 된 셈이다.

한편 독일은 중국에 세계 1위 수출국 지위도 내줘 이미 자존심에 큰 타격을 입은 상태다.



중국 경제지 제일재경일보는 최근 세계무역기구(WTO)가 발표한 세계무역통계에서 중국의 2009년 수출액이 독일을 제치고 세계 1위가 됐음이 증명됐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수출이 독일을 앞질렀다는 전망은 이미 지난해 3분기부터 제기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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