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 "위기는 또다른 기회"

머니투데이 정영화 기자 2010.05.10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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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 "국내요인 나쁠 것 없어... 매수기회 왔다, 사라"

"나무는 가만히 있으려 하나, 바람이 가만히 두지 않는다(樹欲靜而風不止)."

지금 증시 상황에 딱 어울리는 말이다.

지난 3월말 천안함 함몰 등 국내적인 악재가 터졌을 때만 해도 시장은 비교적 차분했다. 예전 같으면 대북 리스크 등이 부각되면서 증시가 출렁일 만도 한데, 증시는 비교적 큰 동요 없이 차분했다. 그 땐 해외증시가 순풍이었기 때문이다.



불과 나흘 만에 코스피 지수가 1740선에서 1640선으로 100포인트나 내려앉았다. 주식시장이 지난 3월초 수준으로 후퇴한 것이다.

따지고 보면 국내적인 요인은 특별히 나쁠 것 없었다. 증시가 12주 연속 오른 부담감과 경기회복 속도 둔화 우려감 등이 조금씩 고개를 내밀긴 했지만 급격히 조정 받을 만한 요인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약 한달 전 무디스의 한국 신용등급 상향조정 등의 호재성 뉴스가 있었고, MSCI 선진국 증시 편입 기대감 등 비교적 다른 국가들에 비해 매력이 부각되고 있는 시기였다.

그리스 재정위기가 불거지고 있지만, 그 사이 급격히 변한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 특히 한국은 IMF 외환위기를 비롯해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많은 크고 작은 위기를 비교적 잘 극복한 나라에 속한다. 긴 흐름에서 보면 외부적인 충격에 의한 폭락은 어느 정도 사태가 진정되고 나면 회복됐다.

외국인의 매도전환 등 단기적인 시장 상황은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지만, 저가매수에 나서기엔 좋은 기회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많이 나오고 있다.


현대증권은 "불과 1주일 전까지만 해도 미 증시는 고용과 소비회복에 따른 자생적인 경기회복 기대와 기업 실적 호전에 따라 증시 전망에 있어서도 낙관론이 큰 상황이었다"며 "하지만 지속된 랠리에 따른 주식시장의 피로감이 유럽 재정위기라는 암초에 충돌하면서 투자심리는 급변했고, 이것이 시장 참여자의 주문 실수와 투매, 그리고 프로그램 매도 등의 시스템 매매에 따른 눈덩이 효과(Snowball effect)를 야기하며 결국 시장의 폭락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현대증권은 "당분간 시장의 불확실성에 따른 변동성 확대 장세가 좀 더 연장될 것이지만, 이런 때일수록 때론 단순하게 시장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글로벌 경기흐름은 여전히 금융위기 이후 회복 과정에 있고,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나가면서 사상최대 실적을 내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충분히 저가매수에 나설 시기로 본다고 조언했다.



대우증권도 "지금의 재정위기가 기축 통화국으로까지 번지는 총체적인 전염 리스크로 확산되거나 실물 경기의 심각한 타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판단했다.

전염 리스크가 더 이상 급격히 확산되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심리적 안정을 회복할 경우 아시아와 우리증시의 차별적인 매력이 다시 부각될 것으로 예상했다. 재정 건전성과 통화 안정성, 그리고 양호한 경기와 기업실적 등은 아시아와 우리증시의 디커플링 요인들이라는 것이다.

단기간에 코스피가 100p 넘게 하락했다면 자율 반등이나 하락 속도의 둔화 정도는 충분히 예상해 봄직 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지난주 하락으로 코스피의 PER(주가수익배율)은 9.1배 수준까지 내려와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이에 따라 대우증권은 단기적인 변동성 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 투자자라면 현재의 지수 레벨에서 추가적인 충격이 있을 경우 분할 매수의 관점으로 대응하기를 권했다.

우리투자증권 역시 "악재의 원인과 진행과정이 다를 수는 있어도, 위기는 결국 극복된다는 학습효과를 기억할 필요가 있으며, 현재와 같은 리플레이션(재정확대 및 양적완화기)국면에서는 위기에 따른 조정이야 말로 주식매수의 좋은 기회가 된다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선진국 증시는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지원 등으로 주 초반부터 변동성이 줄어들 개연성이 높으며, 국내에서도 12일 삼성생명 상장에 따른 물량부담을 소화해낼 경우, 시장은 재차 우상향의 방향을 보일 것으로 우리투자증권은 판단했다. 이를 감안해 IT 등 주도주에 대한 비중확대와 반등시 수익률 확보가 용이한 은행주에 대한 비중 확대를 권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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