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狂不及'...T스토어 최고매출 50대 개발자

머니투데이 송정렬 기자 2010.05.10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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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App스타]'3월 으뜸앱 '애니파이낸스' 개발자 신광선 통합정보기술 대표

↑모바일애플리케이션 시장이 활짝 열리면서 50대 중반의 나이에 제 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신광선 통합정보기술 사장. ↑모바일애플리케이션 시장이 활짝 열리면서 50대 중반의 나이에 제 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신광선 통합정보기술 사장.


"오늘 처음 먹는 밥이네요."

신광선 통합정보기술 사장(55세)이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회사 인근 식당에서 주문한 늦은 저녁이 나오자 웃으며 건낸 말이다. 전날 개발작업으로 사무실에서 밤을 꼬박 샜다는 신 사장. 얼굴에 피곤함이 묻어나올 법한데 오히려 생기가 돌았다. 벌써 오십중반에 접어든 나이지만, 여전히 개발에 한번 빠져들면 식음을 전폐할 정도로 뜨거운 열정을 지닌 그는 '천생 개발자'다.

기업용 업무프로그램을 개발, 판매하는 소규모 소프트웨어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신 시장은 SK텔레콤의 애플리케이션 거래장터인 'T스토어'에서 최고의 매출고를 자랑하는 개인개발자로 손꼽힌다. 회사일과는 별개로 혼자서 모바일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신 사장이 지난해 10월부터 'T스토어'에 올린 모바일앱은 모두 6개. 매달 하나꼴로 모바일앱을 개발해 올린 셈이다.



↑T스토어에서 9900원의 만만치 않은 가격에도 4000개 이상 팔려나간 개인자산관리 모바일앱 '애니파이낸스'. ↑T스토어에서 9900원의 만만치 않은 가격에도 4000개 이상 팔려나간 개인자산관리 모바일앱 '애니파이낸스'.
이 중 개인자산관리앱인 '애니파이낸스'는 9900원이라는 만만치 않은 가격에도 4000개 이상 팔려나갔다. 또 1900원짜리 '애니클럭'이라는 시계앱도 1만5000개나 판매됐다. SK텔레콤 관계자들도 최고의 매출고를 자랑하는 이들 유료앱을 만든 장본인이 50대 개발자라는 사실에 놀랐다는 후문이다.

지금은 그에게 '천직'이 됐지만, 그가 컴퓨터를 처음 접한 것은 이십대 중반의 늦은 나이였던 지난 1982년. 이후 그는 독학으로 프로그래밍 실력을 쌓은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군을 제대하고, 결혼까지 했는데 딱히 적성에 맞는 일을 찾지 못해 스물여섯까지 백수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요. 그때 저를 사로잡은 게 아버님이 사업상 필요해서 거금을 주고 구입한 '애플2(APPLE II)' 컴퓨터였죠."



신 사장은 난생 처음보는 '컴퓨터'에 푹 빠져들었고, 세운상가를 제집 드나들 듯하며 하나둘씩 궁금증을 해결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컴퓨터 실력은 쌓여갔다. 하지만 가장이 컴퓨터와 씨름하는 동안 별다른 수입이 없다보니 가정형편은 말이 아니었다. “외출할 차비가 없어서 장롱 밑에 들어간 동전을 찾아내서 출근한 적도 있어요. 그 때 고생을 생각하며 아직도 집사람한테 미안해요.”

기회는 뜻하지 않게 찾아왔다. 당시 세무사무소들은 한창 업무 전산화를 추진하고 있었다. 세무사무소들은 당시 컴퓨터 메카였던 세운상가에 전산화작업을 해줄 컴퓨터 전문가를 문의했고, 재야의 컴퓨터 고수로 꼽히던 신 사장이 이 일을 맡게 된 것이다.

세무사무소 여직원들에게 세무회계 기초를 하나하나 배워가며 개발한 세무회계 프로그램으로 신 사장은 ‘대박’을 터뜨렸다. 여기저기서 일거리가 밀려들기 시작했고, 신 사장은 1990년에 아예 '통합정보기술'이라는 사업체를 차렸다. 한때 직원수만 20명에 달했다.


하지만 신 사장의 개발자 인생이 그리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1997년 불어닥친 외환위기(IMF)의 고비를 넘기자 신 시장은 2000년대 초반 의욕적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벤처거품이 빠지면서 거래처는 하나둘씩 줄어들었고, 회사는 경영난에 허덕여야했다. 결국 신 사장은 가족같은 직원들을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어야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당시 맘고생이 심해서였는지 신 사장은 위암으로 수술대에 오르기도 했다.

“수술날짜를 받아놓고 입원 전날 친구들을 모아서 진탕 술을 먹었죠. 수술이 잘될까 보다도 한동안 술을 못마실 생각을 하니 너무 아쉬워서..."

당시 위를 절반가량 잘라냈지만, 신 사장은 오뚝이처럼 일어났고, 이전보다 더 열심히 일에 매달렸다. 그 때 신 사장이 신사업으로 주목한 분야가 바로 모바일. "당시 판매하던 회계, 자재, 판매 등 기업용 업무프로그램을 모바일로 구현하면 '돈이 되겠다' 싶더라구요. 그래서 이통사에 수차례 사업기획서를 내밀었지만, 번번이 문전박대를 당했죠."

그런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기회는 찾아왔다. '손안의 PC'라고 일컬어지는 스마트폰이 전세계 모바일 시장을 뒤흔들기 시작했고,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었다. 일반 휴대폰과 달리 스마트폰은 PC처럼 소프트웨어가 가장 중요하다. 신 사장 입장에서는 그동안 구상했던 모바일앱을 마음껏 개발해 팔 수 있는 장이 마련된 것이다.

신 시장은 우선 떡주무르듯 할 수 있는 윈도모바일 기반의 모바일앱을 만들어 T스토어에 올리며 모바일사업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신 시장은 "하반기부터는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안드로이드마켓에 진출, 세계시장을 무대로 모바일사업을 해보겠다"며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오십중반'이라는 나이가 정말 신 사장에겐 숫자에 불과한 셈이다.

"요새는 제가 참 복이 많다는 생각을 해요. 제 또래 사람들이 대부분 은퇴를 고민하잖아요. 근데 저는 체력이 허락하는 한 현역으로 할동할 수 있고. 아직도 개발할 아이디어가 너무 많아서 마음이 바빠요."

신 사장은 후배 개발자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요청에 이렇게 말했다. "이 일은 미쳐야해요. 남에게 돈받고 팔수 있는 프로그램은 잠자고 먹는것을 잊을 정도로 파고들지 않으면 나올 수가 없어요. 그렇게 열심히 땀을 흘리면 댓가는 반드시 돌아오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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