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과거 변동으로 보면 '더 조정 가능성'

머니투데이 정규일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국제경제연구실장 2010.05.0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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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2.0] 집값 불패와 거품논쟁

집값, 과거 변동으로 보면 '더 조정 가능성'


올 들어 주택거래가 급감하고 가격이 하락하면서 집값 거품논쟁이 재연되고있다. 우리나라는 가계자산중 비금융자산의 비중이 80%(2006년말 기준)에 해당하며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551조원(2009년말 기준)중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60%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집값의 향방은 금융안정의 핵심이다. 이 시점에서 향후 집값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려우나 기존 연구를 통해 몇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최근 OECD(Andre, 2010)와 IMF(Igan과 Loungani, 2010)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OECD 18개국의 주택경기를 분석한바 있다. 먼저 과거 주택경기를 살펴보자. 1970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주택경기는 상승하락을 반복했는데 평균적인 상승기간은 4년, 상승률은 33%였다. 반면에 하락기간은 4년, 하락율은 20%였다.



이번 주택가격 상승은 국가별로 1990년대 중반 또는 2000년대 초반에 시작되었다. 과거와 달리 평균 상승기간은 10년에 이르렀으며 상승률 역시 약 100%에 육박했다. 금융위기이래 집값 하락은 약 3년 정도 진행되었으며 평균 하락률은 약 10 ~ 15% 수준이다. 과거의 주택경기 변동으로만 판단한다면 평균적으로 볼 때 조금 더 조정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집값이 이처럼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다면 집값의 장기적 균형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경제이론에 의하면 장기적으로 집값과 임대료, 소득은 함께 움직인다. 주택구입과 임대는 거주목적을 해결하기 위한 두가지 방법이므로 길게 보아 두 가격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마찬가지로 집값은 사람들의 구매능력과 오랫동안 괴리될 수 없으므로 집값과 소득은 장기 안정적인 관계가 있다.



미국의 경우 1970년에서 2000년초 사이에 임대료대비 집값 비율이 네 차례에 걸쳐 장기균형으로 수렴한바 있다. 2000년에서 2006년중 동 비율은 장기균형을 크게 상회했으며 현재는 다시 장기균형을 향해 하락하고 있다. 한편 소득대비 집값 비율을 영국에 적용해 보아도 동일한 현상이 관찰된다.

집값이 장기적으로 기초여건에 의해 결정된다면 단기적으로 장기균형으로부터 크게 괴리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공급요인을 들수 있다. 집을 짓기 위해서는 우선 택지가 필요하고 완성까지 2 ~ 3년이 소요되는 등 주택은 수요에 맞추어 공급을 수시로 조절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작은 수요변화가 발생해도 집값은 크게 변동할 수 있으며 지역별로도 차이가 크다.

둘째는 주택시장과 금융시장간 상호작용이다. 집은 대부분 고가이므로 자기자금외에 은행으로부터의 차입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연구에 의하면 주택경기와 대출은 높은 동행성을 보이고 있다. 또한 주택은 담보로 사용될 수 있으므로 집값 상승은 대출 확대를 통해 다시 집에 대한 수요를 유발하는 일종의 금융가속기 역할을 한다. 미국의 경우 집값 상승이 높은 지역에서 금융기관의 대출조건이 완화되는 경향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마지막으로 사회심리적 요인을 들 수 있다. 행태경제학자들에 의하면 때때로 집값에 대한 기대는 집값이 절대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에 의해 형성된다. 미국의 소비자 심리지수를 이용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주택경기와는 무관하게 항상 전체 가구중의 일부는 지금이 주택 구매에 가장 좋은 시기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아파트의 실질가격은 1990년초에 고점을 기록한 후 1998년말까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다 1999년부터 10년 이상의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향후 집값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주택경기 진폭을 바탕으로 장단기 요인을 모두 감안한 고차방정식이 필요할 것 같다.(이 글은 필자의 개인견해이며 한국은행의 공식견해와 무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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