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악재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2010.05.07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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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일시적 급락 후 반등 가능성 VS 상승 후 필연적 조정

7일 오전 증시 루머 하나. 워런 버핏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P&G에서 주문실수가 있었다. 장중 매도 주문을 밀리언(Million)이 아닌 빌리언(Billion)으로 잘못 클릭했다. 장중 -36%까지 하락했고 다우가 민감하게 반응해 투매 양상을 보여 장 중 1000포인트 넘게 밀렸다. 뒤늦게 주문실수를 인지하고 반등했다.

이 시각, 한국 증시에서 확인할 수 없는 내용이다. 다만 현지 언론들은 한 중개인이 P&G 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주문실수 기사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중심에 버핏이 있었느냐 없었느냐 차이다.



버핏이 있었다면, 주문실수가 의도적인 것이었다면 골드만삭스를 두둔한 뒤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공시 위반 여부를 조사받은 데 따른 그의 경고(?)라는 게 루머의 핵심이다.

이날 오전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2, -3%대 급락세다. 10시30분 현재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3020억원대 물량을 순매도 중이다. 일본 니케이 지수도 -4%대, 대만과 호주도 -2%대 약세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0원 이상 오른 1162원에 거래 중이다. 유럽발 재정 위기로 미국 증시가 급락한 데 따른 동조현상이다.



주문실수설은 시장의 희망사항이다. 사실로 확인되면 반등 또는 추가 하락에 제동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의 진원지이자 당사자인 유럽의 주요 지수가 1~2% 하락에 그치고 미국이 -9%대에서 -3%로 빠르게 낙폭을 줄인 것이 악재가 완벽히 녹아든 결과인가. 나스닥이 주가 등락 60% 이상인 거래는 모두 취소하기로 한 결정은 시스템상 문제를 시사하는 것이라면?

가정의 연속이지만 전혀 비약은 아니어서 대응 전략을 짜기가 쉽지 않다. 개장 직후 3% 넘게 빠지던 코스피 지수가 -2%대로 낙폭을 좁히고 환율 상승폭도 조금씩 축소되는 모습이다.

박종현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우량주 저가 매수 기회로 인식할 것을 주문했다. 박 센터장은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감을 보일 때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나 자금이 빠져나가지만 현재 상대적으로 가장 안전한 곳이 아시아 이머징마켓임이 여러 차례 증명됐다"며 "일시적으로 빠져 나간 자금이 회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또 "결국 외국인의 우리 증시 선호도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고 지금이 우량주를 매수할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투자 이선엽 연구원은 "유럽 악재에 대한 경계심은 유지하되 미국 급락이 악재가 제대로 반영된 결과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장중 하락이 10%에 가깝지 않았다면 주요 지수가 3%대 하락을 기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 이사도 미국 증시의 장중 폭락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판단하며 오늘 미국 증시가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어차피 유럽리스크가 해결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유럽은 미국처럼 일사분란 한 대응이 어렵고, 그렇다고 IMF처럼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요구하기도 어렵다"고 분석했다.

가정과 추정에 의한 상황 파악보다 실태를 직시해야 한다는 의견들도 다수다. 이종우 HMC 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수가 1600대 초반까지 밀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센터장은 "미국이나 유럽 등의 불안요소가 아니어도 그간 국내증시에는 가격상승에 따른 조정가능성이 있었다"며 "이 관점에서 보면 코스피 기준으로 가격메리트가 생기는 1600대 초반까지 조정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투자분석팀장은 "지금은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그리스 문제로 이전의 강세 분위기와 다른 반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지금 증시는 조정국면이 이어지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며 지지선을 아직까지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며 "기술적 분석상 이동평균선의 지지력을 기대하기 쉽지 않아 저가매수보다는 대외 변수가 안정을 찾는 것을 확인하고 대응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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