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지분,우호세력에 팔아달라"

더벨 김민열 기자 2010.05.07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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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인터 M&A]포스코, 롯데 등 인수후보들에게 요청...사모펀드 보유지분 변수

더벨|이 기사는 05월06일(17:46)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교보생명)지분을 인수할 경우 우호적인 세력에게 처분해달라”(교보생명 고위관계자)



교보생명이 대우인터내셔널 (56,100원 ▲1,200 +2.19%) 인수에 나선 포스코 (375,000원 ▼500 -0.13%)와 롯데그룹을 수차례에 걸쳐 만나 이 같은 요청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를 인수하는 후보들의 지분처리 방향에 따라 교보생명 경영권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은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전 초반만 해도 포스코 등 주요 인수 후보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아왔다. 대우인터가 보유한 자산의 3분의1에 해당하는 교보생명을 실사하려면 교보측의 협조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보생명측은 소수 지분을 인수하는 후보들에게 회사 기밀을 보여줄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 결과 후보들은 통상적인 경영자료에 기초해 교보생명 가치를 산정할 수밖에 없었다.

정작 본 게임에 접어들며 롯데그룹이 등장하자, 교보생명의 입장도 180도 달라졌다는 후문이다.

외형상 교보생명 매각지분의 가치는 확정돼 있다. 지난 2000년 (주)대우 분할 당시 대우인터내셔널이 인수한 교보생명 주식은 총 444만주(24%). 취득원가는 2129억원이지만 장부가액은 8147억원(2009년9월말 지분법 적용시)에 달한다. (주)대우로부터 자산을 물려받을 당시 부채 상환 용도로 받은 담보부 자산이어서, 장부가액을 초과하는 처분이익은 (주)대우 채권자 몫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인수 후보들이 해당 자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밸류에이션은 달라질 수 있다. 당장 동종업계 평균 주당순자산배율(PBR) 1.3배를 단순 적용해도 지분 24%의 가치는 장부가 보다 높은 1조2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자산관리공사(캠코)와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지분15.78%(각각 9.93%, 5.85%)와 연계를 꾀할 경우에는 해당 지분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전서 교보생명 지분에 대한 밸류에이션은 임계점(critical point)에 해당한다”며 “신창재 회장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에 위협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교보생명측은 우호지분을 합치면 전체 보유지분이 60%에 달해 경영권이 위협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2009년 9월말현재 신창재 회장(33.62%)을 비롯한 특수관계인(6.65%), 우리사주조합 지분은 41.3%.

지난 2007년 신창재 회장 특수관계인이 매각한 구주를 매입한 사모펀드 '코세어캐피털(Corsair Korea Investors LLC)-9.79%'과 '핀벤처스(Finventures KBL LLC)-5.33%', 악사(AXA-2.24%) 보유지분(17.36%)을 합칠 경우 총 58.66%에 달한다.

문제는 구주를 취득한 사모펀드들이 영원히 신창재 회장의 편이 아니라는 점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교보생명이 지분 매각을 단행하면서 5년 약정으로 투자계약을 체결했고, 2012년 이후에 해당 지분에 대한 엑시트를 보장했다는 설이 돌기도 했다”고 말했다.



결국 교보생명 입장에서는 대우인터가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을 우호적인 세력이 인수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이 때문에 신창재 회장의 지시를 받은 석윤수 교보생명 상무(투자사업본부기획)가 포스코와 롯데의 의중을 파악하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교보생명의 요청에 인수 후보들은 비공식적으로 협조적인 관계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교보측이 롯데그룹 보다는 공기업 성격이 강한 포스코를 더 선호하지 않겠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인수 이후에도 교보생명의 바람대로 협조적인 2대 주주 지위에 머물러 줄지는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캠코의 입장도 최대 변수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지난 수년동안 캠코는 교보생명에게 조기 IPO에 대한 러브콜을 수도 없이 보냈다. 하지만 교보생명은 이를 외면하고 증자를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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