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ECB는 기준금리를 1%로 동결하는 데 그쳤다.
같은 시각 그리스에서는 의회가 진통 끝에 구제금융에 따르는 재정긴축안을 통과시켰으나 시장은 불안을 거두지 못했다. 유로화는 달러 대비 14개월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뉴욕증시 다우지수는 장중 한 때 1만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네덜란드 포티스은행의 닉 쿠니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전날 트리셰 총재의 스탠스는 우리가 신용위기 때 봤던 현상들 중 하나를 떠올리게 한다"고 비판했다.
쿠니스는 "만일 위기가 지속된다면 ECB는 시중은행에 대한 초장기 대출처럼 유동성 공급에 대한 모든 방안을 동원하게 될 것"이라며 "하지만 국채매입에 나설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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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셰 총재는 ECB가 추가조치를 했을 경우 위기를 진정시키기보다 오히려 불을 댕길 것으로 우려했다는 분석이다. 지금처럼 그리스 재정위기가 포르투갈이나 스페인으로 확산되리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ECB가 비상수단을 쓰면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가 된다. 이에 따라 두 나라가 그리스처럼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라는 데에 베팅이 몰리면 유로존의 신뢰가 지금보다 더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트리셰 총재가 국채 매입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은 만큼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코메르츠은행의 국채전략팀장 크리스토프 리거는 "트리셰 총재가 국채매입을 명백히 배제한 것이 아니고 단지 오늘 논의되지 않았다고 대답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리거는 "이런 접근은 ECB의 원칙을 고수하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이 앞으로도 ECB에 (비상수단을 취하라는) 압력을 넣을 것이라는 데에 리스크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달 20일 ECB의 정례 이사회에서 추가조치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편 트리셰 총재는 지금의 금리 수준이 적정하다며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선 각국 정부들이 보다 강력한 재정적자 감축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